[아침을 열면서] 닫힌 문

학생들에게 꿈을 갖지 못하게 하는 한국식 교육, 이제 닫힌 문을 열어야 한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세계 최상위 수준이지만 공부에 대한 흥미도는 최하위다. 가장 많이 공부하고 가장 적게 잠자는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세계 최하위다. 학생들의 자율성과 창의성, 다양성을 중시한다면서 여전히 수월성을 가로로, 반 강제성을 세로로 하는 틀 속에 학생들을 가둔 채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시대착오적인 우리 교육의 닫힌 문을 이제 열어야 한다.

서울시의원 46명이 ‘경쟁교육이 학생자살 원인’으로 규정하고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 폐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오죽 제 할 일을 못 하고 있으면, 시도의회 의원들이 일제고사 폐지 촉구 결의안을 내면서 닫힌 문을 열어야 한다고 결의문을 내고 있는가. 그뿐인가. 지난 18일 대안학교 ‘희망의 우리 학교’ 학생들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학생들의 죽음은 죽음의 입시 경쟁 탓이라며 강제 야간 자율학습과 강제 보충수업, 입시경쟁교육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경기도교육감은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는 교육과정 파행 경쟁, 점수 올리기 경쟁, 예산 더 받기 경쟁 등 교육적 부작용을 낳고 있어 대폭 개선돼야 한다. 자기주도 학습능력·의사소통능력·창의력의 시대에 암기 위주 문제풀이 훈련을 강요하는 ‘일제식 고사’는 타당하지 않다. 자율적인 교육의 시대에 교육청·학교·교사·학생·학부모의 재량권이 전혀 없는 일제식 시험은 적합하지 않다” 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입시경쟁 내모는 일제고사

그럼에도 성취도평가에 대한 평가를 통해 개선방안을 내놓기는 커녕 지난 26일 일제고사를 강행했다.

닫힌 문! 여기서 교육과학기술부의 존재근거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오늘이다. 학교는 ‘아이들이 행복한 어른이 되도록 가르치는 곳’이 아닐까. 학교의 위기는, 학생들이 그 시기에 배워야 할 ‘기본’보다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점수따기 경쟁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찾아온 것일지 모른다. 학부모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요구가 바로 학교의 교육적 책임을 대학입시경쟁에 두기 때문일지 모른다. 대학입시교육, 학교에 부과된 이러한 교육적 책임은 아이 한 명, 한 명의 꿈을 재단하고 변질시키고 있다. 가정에서부터 비롯된 학부모의 과잉욕구는 학교가 왜곡된 학력신장에 더 매달리게 하는 채찍이 되었다.

행복한 꿈 키워주는 교육 절실

대학진학이라는 같은 목표를 두고 마라톤을 하듯 골인 지점을 향해 달린다. 지쳐 떨어진다면 대열에서 낙오될 것이고, 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힐 것이다. 부모는 자신의 꿈을 대신 실현해주는 존재인 양 아이를 조종한다. 아이는 공부만 강요하는 학교와 부모 때문에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겨를이 없다. 학교와 교사는 아이의 학업성취도를 높여 대학에 합격시키고 학교의 대학진학률이 높아진 것에 만족한다.

너무나 많은 규율과 학칙이 아이들을 옭아매고, 1시간 단위조차 학교와 부모의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현실, 이 속에서 아이는 ‘공부 로봇’ 이 되어 움직일 뿐이다. 우리 아이들은 꿈을 잃고 헤매고 있다. 어떤 분야를 배우는 것이 즐거운지, 잘하는 분야는 무엇인지, 원하는 꿈을 이루려면 어떤 분야를 더 공부해야 하는지 탐색할 겨를이 없다. 오로지 대학진학만이 아이들의 꿈이 되어 버렸다.

21세기를 살아가야 할 아이들을 20세기 교육패러다임에 가두어 공부만 하게 만든 결과, 아이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정신적·정서적 미숙아가 되어 버리고 있다. 꿈을 꿀 기회조차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연 아이들이 학교에서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키울 수 있을까. 일제고사로 굳게 닫힌 문을 두드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청연 인천광역시 자원봉사센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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