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달라진다, 수원화성문화제

며칠 전, 제5회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제 아트 마켓으로, 해마다 6월 중순에 제주도의 남동쪽 끝 도시 표선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5년간 공들여 키워왔고, 올해는 전국 150여개의 문예회관 실무자와 공연기획, 공연단체, 문화재단 전문가들 1천여명이 모여들었다.

아시아 10여 개국의 문화예술 관계자들도 참가했다. 명실상부한 국제문화교류 공간 역할을 하는 축제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올해 3월에 갓 문을 열고 일을 시작한 용인문화재단, 3년 전에 설립돼 유앤아이센터(화성아트홀)·동탄복합문화센터(반석아트홀) 등을 활발히 운영하는 화성시문화재단의 식구들도 보였다. 문화재단을 전국적으로 알리고 선보이는 목적으로 구성된 4명의 ‘사절단’은 여러가지 환대와 주목을 받았던 듯하다.

우선, 경기도 중심도시 수원시에 문화재단이 올해 설립된 것에 문화계 인사들은 좀 놀란 시선과 함께 후발주자에 대한 덕담을 해주었다. 그런데 인구 110만 명이 넘지만 아직 변변한 문화예술회관을 갖추지 못한 도시, 16년째 국제연극제를 매해 잘 치루고 있으나 정작 시립극단이 없는 도시, 빈필·베를린필·뉴욕필처럼 수원시를 빛내고 있는 보물 같은 (올해 30년을 맞는 청년오케스트라) 수원시향(및 시립합창단)을 가지고 있지만 이제야 국제음악제(올해 8월 하순)를 시작하는 도시, 이러한 수원의 문화적 진면목을 조금 더 듣게 되었다면 그분들의 표정은 달라졌을까.

올해로 49년이 되는 수원화성문화제(이하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추석 연휴 지나고 10월 첫째 주말 사흘간 열리는 이 축제를 어떻게 기획할지, 노심초사 끝에 한국 최고의 문화예술, 공연, 축제 전문가, 스태프 들이 일찌감치 초빙됐다.

2012년, 이 ‘축제’가 확 바뀔 듯하다. 무엇보다도 개폐막식 같은 의식· 의전이 없다. 그래서 축사, 격려사 역시 없다. 능행차 연시와 시민 퍼레이드에 동별, 지역별 동원, 차출도 없다. 따분하고 지루함도 없다. 대신에 스펙터클이 온다. 연무대, 창룡문을 잇는 수원화성 일대가 주 무대가 되고, 사흘간 매일 밤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총체공연이 있다.

한국 최고의 대형 공연이 있다.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을 능가하는 화성행궁 광장에, 주야로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 작품이 온다. 서울시향 앙상블, 경기도립극단과 국악단의 신작, 수원시립예술단이 10월의 가을밤을 새롭게 꾸며준다. 서울시극단, 무용단 및 뮤지컬단이 오랜만에 수원을 찾는다.

800억원 넘게 들여 생태하천으로 복원한 수원의 젖줄 수원천에는 방화수류정 아래 용지대월(龍池待月)로 유명한 용연무대를 비롯한 7개의 크고 작은 무대에서 공연·전시·영상·설치 프로그램과 등불축제가 펼쳐진다.

우리 수원시는 1950~60년대 농업, 1970~90년대 공업이 주 산업이었다. 향후 30년, 50년 뒤를 내다보며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생각해본다. 과연 문화예술, 관광, 축제가 수원의 경제를 견인하는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1년에 내한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980만 명으로 추산한다(2011년 기준). 그중에 공연·축제를 즐기는 이들은 약 130만 명이다. 우리 수원의 이 축제들의 변화된 모습을 기대하며 얼마나 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수원의 축제를 즐기러 올지 올해 8월 말(수원국제음악제, 수원화성국제연극제), 10월 초(수원화성문화제)가 기다려진다.

홍 철 욱 수원문화재단 축제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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