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느림의 미학

얼마 전 사이클 선수가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훈련을 받던 중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뉴스를 접했다. 소중한 생명을 잃었기에 동료 선수들은 물론, 유가족들의 아픔도 컸을 터이다. 이 사고를 계기로 잠시 양평지역의 도로여건을 되돌아 본다.

양평은 전체 면적은 서울의 1.5배에 이를 정도로 넓다. 물론, 강·절도 등 일반 범죄들은 서울에 비해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양평에서 도로에서의 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교통경찰로선 신경을 써야 할 부분들이 너무 많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다. 바로 지난해 말 개통된 남한강 자전거 도로를 질주하는 자전거 마니아들의 안전문제 때문이다.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분들이 남한강 자전거 도로만 이용한다면 별 문제가 없지만, 이들이 일반 도로, 특히 국도 등 자동차 전용도로를 이용할 수도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그렇다고 자전거 도로와 국도가 만나는 지점에 일일히 지키고 서있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키워드로 저탄소 녹색성장이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저탄소 녹색성장을 연상하면 맨 먼저 자전거가 연상된다. 특히, 양평은 남한강 자전거 도로로 인해 ‘자전거 타기 좋은 천국’이란 이미지가 떠오른다.

서울과 근접한 양평에 개설된 남한강 자전거 도로는 접근하기가 쉬운데다 경치도 매우 아름답다. 남한강의 수려한 경관을 배경삼아 달릴 수 있어 전국에서 많은 자전거 마니아들이 양평을 찾는다.

이처럼 빼어난 경치를 즐기면서 남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릴 생각을 한다면 가슴도 설레일 것이다. 그러나 교통경찰의 눈으로 보는 시선은 여간 조바심이 나는 게 아니다. 이유는 딱 한가지다.

일부 자전거 마니아들이 많은 예산을 들여 개설한 자전거 도로를 옆에 버젓이 놔두고 국도 갓길을 위험하게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에 대한 불감증이 자칫 크나큰 인명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국도를 달리는 자전거 마니아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전거 도로가 어떻습니까?”라고. 그랬더니, 한결같이 “자전거 도로가 부실하고 노면 상태가 좋지 않아 사고의 위험이 많고 빨리 달릴 수 없다”고 대답했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국도를 달리면서 과연 사고의 위험을 생각했는지 사뭇 궁금하다.

우리 국민의 인식 가운데 하나가 교통사고로 숨졌다면 당연한 듯 고개를 끄덕일 뿐 방어운전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 생명이 소중하고 내가 행복하게 자전거를 즐겨야 하는 것인 만큼, 또 내 안전이 중요한 것처럼 남을 조금이라도 배려하는 자전거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게 올바른 자전거 덕목일 것이다.

무더운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이런때일 수록 여유를 갖고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싶다.

주상근 양평경찰서 교통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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