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 표면에는 움푹 패인 200~400개의 공간이 있다. 이것을 딤플(dimple)이라 하는데 이는 공이 날아갈 때 공 앞 표면에서 난류가 발생해 공기의 섞임이 활발해지고 공기의 흐름도 공의 뒤쪽에서만 바뀌어 멀리 날아가게 된다.
골프공은 원래 회양목이라는 나무로 만들어졌으며 골프채에 맞을 때 멋진 소리를 내기는 했지만 비거리가 70m내외였다고 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소가죽으로 만든 껍질에 삶은 깃털을 채우고 단단하게 말렸다. 그 후 나무망치로 두들겨 만든 가죽공을 사용하던 중 이상하게도 헌 공이 새 공보다 훨씬 멀리 날아가는 것을 발견하고 딤플을 만든 결과 비거리가 270m까지 이르는 장타가 가능했다.
얼마 전 수업시간에 이루고 싶은 소망을 학생들에게 물었다. 대부분 자신의 분야에 최고가 되는 것, 20억 부자가 되는 것, 로또 1등 당첨 등 그럴만한 것들을 썼는데 26세 먹은 한 학생의 소원이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럼 자네는 부모님께 효도를 못하고 있다는 소리인데 그러면 어떤 일을 해 드리는 것이 효도라 생각하는가?” 라고 물으니 한참을 망설이다 “부모님 용돈도 넉넉히 드리고, 해외여행도 시켜 드리고….”
풀이 죽어 들어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려온다. 그렇지 못하다는 이야기이다. 많은 청년들이 엄청난 돈을 들여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갔다 오지만 세상은 그들을 따뜻하게 맞아 주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에 입사한 사람들의 연봉이 몇천만원이라 하지만 공기업이나 대기업의 취업은 지방대학이나 스펙이 특출나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언감생심 넘지 못할 벽이고, 일이 많아 힘든 세상이 아니라 일이 없는 세상이 젊은이들을 힘들게 한다.
내가 근무하는 폴리텍대학 재학생의 50%이상이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고 어지간한 학과는 학생 전체가 군필이상의 나이가 든 학생들이다. 철이 들어 취업을 못하고 폴리텍에 들어온 학생들은 대부분 이곳을 자신의 생의 터닝포인트나 디딤돌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그들에게 내가 말했다. “26세 청춘은 아직 부모님께 효도하지 않아도 될 나이이다. 좀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좋은 여자친구도 만나고 골프공의 딤플처럼 많은 스펙을 쌓아라. 상처 많은 공이 더 많이 날아간다”라고.
요즘 한 개그프로의 인기코너에 그런 대사가 등장한다. “한숨대신 함성으로, 포기대신 죽기 살기로.”
그래, 너희들은 아직 젊다. 그리고 싱싱하다. 좀 더 신나고 재미있게 세상을 즐겨라. 포기는 배추를 세는 단위이고 실패는 실을 감는 도구이다.
어느 선배가 방황하는 인생의 후배에게 들려 주고 싶은 한마디이다. “힘내!”
김남윤 한국폴리텍대 남인천캠퍼스 교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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