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신나는 방학이다

각급 학교가 속속 여름방학으로 들어갔다. 한 학기 학교생활을 마무리하고 맞이하는 아이들의 방학생활이 즐겁고 보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어른들이 기억하는 여름방학은 어떤 것이었을까. 방학생활을 자유롭게 보냈던 동시대의 한 사람으로 필자의 학창시절과 별반 다름이 없었을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외가를 방문하여 방학 내내 외사촌 형제들과 놀았었다. 그러다가 방학과제물을 해결하지 못해서 쩔쩔매던 개학 날이 기억난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주로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며 캠핑도 가고 해수욕장에도 놀러 갔던 기억들이 새롭기만 하다.

여름 밤 모닥불 피워놓고 기타 치며 노래 부르던 그 아름다운 추억들을 요즘 아이들도 간직할 수 있겠는가.

방학이라고 해야 고등학생들은 1주일 남짓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뿐 그 나머지는 보충수업 등으로 채워진다.

따지고 보면 아이들에겐 자유롭게 사색할 여유도, 창조적인 방황도 허용되지 않는 방학이다.

대학입시를 걱정하는 대부분의 학부모에게는 ‘보람 있는 여름방학’은 사치스러운 구호에 불과할 뿐이다.

창조적 방황 허용되지 않은 방학

그렇지만, 이번 방학 기간에는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는 일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아이들 스스로 평소 관심이 있었던 분야에 대해서 자기주도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의미에서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아이들 스스로 시간계획을 잘 짜서 방학생활을 하도록 배려하는 것은 교육상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아이들 스스로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은 학부모와 교사들의 생각대로 따라만 했던 그들이기에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이유이다.

어찌 보면 우리 아이들이 친구들과 여럿이 함께했던 일들이 별로 없고, 부모의 간섭대로만 살아왔기 때문에 실패의 경험도 없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실패의 경험 느껴보게

이번 방학에는 우리 아이들에게 실패를 경험할 수 있도록 어른들의 역발상이 어떨까 싶다. 마음의 문을 열고 아이들 눈높이를 맞추어 조금만 소통하면 아이들은 새로운 경험을 위한 방학을 보람 있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여전한 문제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도와주는 어른들의 생각이 어느 만큼일까이다.

각종 문화체험, 역사체험, 산업체험, 농촌체험 등에 대한 체험학습장 정보를 얻는 것은 아이들에겐 일도 아닐 것이다.

다만, 아이들 스스로 체험학습을 흥미롭게 여길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친구들과 함께 계획하고 실천하는 일들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 더구나 힘든 일들을 꺼리려는 아이들에게 그 가치와 의미를 부여해 주며 보람 있는 방학생활로 안내해 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가령 아이들이 여행을 가고 싶어 한다면, 그 계획 속에 ‘자원봉사’도 하나의 테마로 삼을 수 있도록 설득하고 도움을 주는 일이다.

여행 일정 중에 농촌 일손 돕기, 노인정이나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의 말동무가 되어주는 일들이 참으로 보람된 일들이었다고 기억되게 말이다. 공부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견디다 못해 빗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그래도 우리 사회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하여 공부를 열심히 해준 아이들이 고맙지 아니한가.

그러기에 이번 방학에는 아이들에게 공부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기회를 제공하고 기다려 주는 넉넉함이 필요한 게 아닌가.

이청연 인천광역시 자원봉사센터 회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