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대중목욕문화는 단순히 몸을 깨끗이 하는 것 외에 찜질 등 휴식과 놀이기능을 갖춘 대형 공간에서 목욕을 즐기는 추세다. 요즘 같은 더운 여름에는 이런 곳은 고사하고 집에서 샤워만 해도 상쾌하다.
그러나 독거노인이나 장애인의 경우 혼자서는 집에서도 힘들고, 대중목욕탕에서도 미끄러지거나 혹시 모르는 사고를 우려해서 반기지 않는 편으로 목욕 위생관리가 소홀해 질수 있어 질병에 걸리기 쉽다.
이러한 배경에서 2007년부터 연수구 자원봉사센터에서는 관내 기초생활수급 독거노인 및 차상위 계층 등 혼자의 힘으로 목욕을 할 수 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목욕시설이 잘 갖춰진 이동목욕버스에서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목욕서비스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대상자들은 처음에는 맨몸을 남에게 보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주저하다가 먼저 서비스를 받아본 이웃과 자원봉사자들의 권유로 몸을 맡기게 된다.
장애를 가진 40대 총각부터 100세의 어르신까지 각각의 인생사는 알 수 없지만 목욕 후 봉사자들의 두 손을 꼭 잡으며 고맙다고 자식보다 낫다는 한마디에 자원봉사자들은 가슴이 찡해지진다. 그리고 대상자를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손꼽아 기다리는 사이가 된다.
이처럼 삶의 애환을 담은 이동목욕버스는 오늘도 열심히 하루를 시작한다. 봉사자와 대상자의 취향에 따라 클래식 선율, 신나는 트로트, 때로는 7080 음악이 나오는 이동목욕버스는 덩실덩실 춤을 추며 봉사자와 대상자를 한 가족으로 만들어 준다.
목욕이 끝난 후 버스의 뒷문이 열리면 땀으로 목욕한 봉사자와 새색시, 새신랑으로 변신한 대상자의 모습이 비교되지만 양쪽 모두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로 가득하다.
이렇듯 이동목욕서비스는 대상자들에게 정신적, 신체적 충만감을 드리려고 하나 여건이 원활한 것만은 아니다.
대상자들이 걷기가 힘든 분들이어서 집 가까운 거리에서 목욕서비스를 하는데, 차량이 버스인 관계로 이웃집 앞에 주차할 경우에 집주인들이 주차문제와 엔진소리가 시끄럽다고 항의하기 때문이다.
최대한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하지만 추운 겨울에는 대상자의 집까지 가는 길이 멀어지면 감기에 걸릴 수가 있어서 양해를 구하기도 한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만이라도 목욕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목욕차량’이라고 쓰인 버스가 집 앞에 오면 양해해주시기 바란다.
대상자의 환한 미소, 자원봉사자들의 지속적인 손길, 주차편의를 제공해 주시는 이웃 주민들의 마음이 모여 이동목욕서비스를 계속 유지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연수구 이동목욕서비스 영원하라.’
황규옥 인천 연수구자원봉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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