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금메달 소식이 화제다. 그 바람에 잠 못드는 밤을 지새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폭염 못지않은 뜨거운 애국심으로 온 국민이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금메달 10개가 목표였던 올림픽선수단은 이미 금메달을 여러 개 더 따냈고 금메달 순위도 목표를 훌쩍 넘겼다.
올림픽 성적과 관련해 흥미로운 통계치가 있다. 그것은 인구 대비 메달의 숫자이다. 뉴질랜드 통계청인 ‘스태티스틱스 뉴질랜드’에서는 인구수를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는 대략 15위권에 머문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셈하자면 인구가 많은 미국이나 중국도 하위권으로 추락하며, 대신 인구수가 적은 그레나다가 1위라고 한다. 상당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결과이다.
인구만이 문제가 아니라 거의 국책사업인 것처럼 전폭적으로 올림픽을 준비하는 중국이나 우리나라를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들과 그대로 비교한다는 것 역시 어찌 보면 불공평하다 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상식 때마다 울려 퍼지는 애국가와 화면 가득이 떠오르는 태극기는, 어떤 신랄한 통계분석적 비판으로도 감동의 깊이를 반감시키지 못한다. 어떤 금메달리스트에 대한 대기업체 사장의 통근 격려금도 아마 이런 감동이 발로가 되었을 것이다.
메달리스트에 대한 과도한 관심보다
하지만 요즘 우리의 올림픽 열기에 대한 비판 역시 귀를 한 번 기울여봄직 하다. 최근 해외토픽에서 자주 다뤄지고 있는 기사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한국의 금메달리스트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혜택에 관한 내용이다. 일확천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상여금에 대한 내용은 아마도 해외에서는 토픽감인가보다. 물론 시기어린 부러움으로 인한 기사일 수도 있겠지만, 외국인들의 눈으로 보았을 때 적당한 위로금을 넘어선 수준인 것임에는 틀림없는 모양이다. 이런 기사들의 저의는 한국의 선전이 어마어마한 보상금 때문에 달성되는 것이라며 성과를 평가절하 하려는 의도로부터 출발한 것일 수도 있겠다. 어찌되었든 금메달리스트들은 귀국과 동시에 상상할 수 없는 혜택을 누리게 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만 노파심이 드는 점은, 아직까지 어린 젊은이들에 대해 과도한 대중의 관심과 금전적 혹은 그 이외 특권적인 혜택을 쏟아 붓는 일이 이들의 장래를 위해 꼭 바람직하기만 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스포츠 저변 확대 위한 노력 기울여야
단기간에 유명세를 떨치다가 갑작스럽게 인기가 추락해 결과적으로 불행한 사태를 맞이하는 어린 연예인들의 사례도 사실상 사회적 책임이 없지 않다고 할 때, 지금 냄비같이 끓어오르는 비정상적인 영웅론은 메달리스트에게는 차후 독이 될 수도 있을 것임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당장에 금메달의 댓가를 운운하는 것보다는 한국 스포츠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빛나는 승리 뒤에 가려져 있는 패자들에게도 응원의 목소리가 닿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역시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필요한 순간이라 판단된다.
이제 올림픽도 끝이 났다. 온 나라를 매일 밤 뒤흔들던 응원의 열기도 사그라졌다. 올림픽이란 이슈는 아마도 4년 뒤를 기약하며 우리의 뇌리에서 잠시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 뒤로도 다음을 준비하는 노력들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며, 목표를 향한 선수들의 노력은 묵묵히 지속될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그들의 동반자가 되어주어야 할 것이며 관심을 잃지 않고 그들을 응원해야 할 것이다. 그들의 땀방울과 노력이 조금이라도 덜 고통스럽도록.
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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