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찢어진 우산에게도 박수를

런던올림픽의 낭보가 적도의 열기보다 더 뜨거웠다는 삼복 무더위를 잊게 했다. 역경을 딛고 부상을 극복하고 최선을 다해 금메달을 따낸 선수들의 투혼장면은 정말 감동으로 다가왔다. 누구 하나 훌륭하지 않은 선수가 없고 대견하지 않은 대한 건아가 없다.

이번 런던올림픽에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255명의 선수가 출전을 했다. 금메달을 딴 선수도 있고 예선 1차전에 아쉬운 탈락을 한 선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그 모든 선수들이 하나같이 치열한 선발전을 거쳐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런던올림픽의 영광을 위해, 조국과 개인의 명예를 위해 유도에서 금메달을 딴 김재범 선수의 표현처럼 ‘죽기’를 작정하고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스포츠는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올림픽 정신이고 페어플레이라고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자 배드민턴에서 져주기 게임으로 퇴출된 선수와 감독들은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잊혀져 가고 있다. 나는 우연히 그 선수들이 져주기 게임 전의 예선경기를 본 적이 있다. 메달을 향해 순항하던 여자 배드민턴 선수들은 다음 경기에서 좀 더 쉬운 상대를 만나기 위해 자의인지 타의인지 모르지만 져주기 게임으로 볼성사나운 장면을 보여줬다.

그들을 보며 나는 ‘과연 저 어린 선수들이 자신들의 의지로 일부러 져주는 게임을 하였을까?’, ‘내가 과연 그들의 감독이라면 어떤 작전을 지시했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릴 적 불렀던 윤석중 선생님의 동요가 생각난다.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 좁다란 골목길을 우산 세 개가 이마를 마주하며 걸어갑니다.’

참 좋은 곡이다. 어릴 때는 의미를 몰랐는데 잘사는 아이도, 가난한 어린이도 그리고 생각이 다른 어린이도 모두가 이마를 마주하고 함께 걸어가는 세상, 진정한 민주국가, 복지국가이고 아름다운 세상이다.

이제 올림픽이 끝났고 메달을 딴 선수들은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영접을 받을 것이다. 각종 TV프로그램과 CF 등에서도 얼굴을 자주 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의 최선을 다하고도 비인기종목이라서, 메달을 따지 못해서, 부상 등 다른 요인으로 입상을 못한 찢어진 우산들은 잊혀 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된다.

모두가 우리의 자랑스러운 대표선수요, 과거보다 장래가 더 기대되는 젊은이들인데…. 부디 상처받은 등을 두드려 주며 다음에는 그러지 말라고, 좀 더 잘 하라고 그들에게도 박수와 격려를 보내는 성숙한 세상이었으면 한다.

김남윤 한국폴리텍대 남인천캠퍼스 교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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