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작은 온기를 나누는 일

기부도 기존에 기부했던 사람들이 하는 경우가 많다. 한 번도 아니고 매번 자신의 것을 내놓는다는 것은 분명히 쉽지 않은 일이다. 형편상, 아니면 도움이 되기엔 너무 하찮은 것이어서 그만두고 마는 경우도 있지만, 힘들여 모은 것에 아까운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삶의 한 축을 나눔에 두고 사는 이들이 있어 마음이 따뜻해진다.

예나 지금이나 어렵고 힘든 이들을 위해 자신의 곳간을 열었던 이들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후손들까지 그들에 대해 존경심을 표하게 된다. 많은 양의 재산을 쾌척하다 보면 당연지사로 혜택을 받는 이들도 많게 마련이고, 그만큼 주변의 이목을 끌고 그를 우러르게 되는 것도 사실이고 당연한 일이다.

나무가 크면 그늘도 크게 마련이다. 허나 세상은 큰 나무의 그늘만으로 살아지는가. 작은 풀꽃도 그들만의 따스함을 내어 주듯 누구나 작은 온기는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그 작은 온기를 매달 말없이 나누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직장인 나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이다. 적은 월급일지언정 매달 그 중 일부를 떼어 기부를 한다. 일부 직장에선 직원이 기부한 만큼 회사가 기부를 보태어 주는 매칭 그랜트 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 매년 증가세를 보이니 그만큼 사회는 따뜻해지지 않겠는가.

 

가끔 직장 내에서도 부서나 동호회별로 회식비를 절약하여 기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누군가 기부를 했던 한 직원이 안을 내놓았을 터이고, 그에 동참하는 따뜻한 마음들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작으면 어떻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들 어떤가. 마음에 온기를 품고 사는 일도 행복한 일이 아니겠는가. 천 원 미만의 우수리 기부도 같은 직장의 직원들이 합심한다면 작은 온기를 모아 나누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현 정부 초기에 일자리 나누기운동의 일환으로 국가 및 지방공무원들의 잡쉐어링(Job Sharing) 기부 프로그램이 있었다. 기억으로는 몇 백억이 기부되어 새로운 기부문화의 꽃을 피우겠구나 하고 기대했었는데 일회성으로 끝나고 말아 안타까웠다.

큰불이 작은 불씨를 남기기도 하지만, 작은 불씨로 큰불이 일기도 한다, 사람들 가슴에 작은 불씨를 심어 주는 일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학봉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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