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길을 묻는 그대에게

1학기 기말고사를 끝내고 500명 넘는 학생들의 정성어린 답안지를 채점하면서 그 어느 해 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사실 폴리텍대학 학생들의 성향이 점차 고령화, 고학력화 하면서 ‘직업과 사회’라는 교과목을 주당 10여시간 넘게 17개반을 강의한다는 자체가 힘들었다. 하지만 강의실을 가득 메워주는 학생들의 열의와 가끔씩 음료수를 건네는 학생들의 정성에 한학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를 만큼 바쁘게 마쳤다.

실무적응 실습을 앞둔 학생들에게 논술에 가까운 시험문제를 냈다. 학생들이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과 의지, 꿈 그리고 변화된 모습을 그려냈다. 나는 마치 감명깊은 대하소설을 읽듯 답안지를 밤을 세우며 보고 또 봤다.

한학기 동안 내 과목을 통하여 이루어 낸 것은 자신감이었다. 뚜렷한 목표없이 경쟁사회에서 방황하고 있을 때 우연히 알게된 폴리텍대학. 그들에게 한줄기 빛이었고 터닝 포인트이었으며, 새로운 세상을 향한 비상구였다.

 

스튜어디스 꿈을 접고 입학한 LED응용과 재은이는 폴리텍입학을 “도전이었고 지금은 도약”이라고 하였다. 검찰공무원 고시를 중단하고 입학한 서른 살 상신이는 “내인생의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했으며, 특수용접과 재묵이는 “폴리텍에서 5개월동안 20kg 가까이 살을 뺏다”고 자랑했다.

신소재응용과 학생들은 과대표 남식이를 따라 주기적으로 헌혈, 봉사를 실시하고 있다. 한결같이 태어나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해 시작한 자원봉사가 큰 성취감으로 남았다고 했다.

그렇다. 세상에는 어찌 황금보화를 많이 소유한 자만이 부자이겠는가? 좋은 친구를 갖고 있는 사람도,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고 확실한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실천해 가는 사람도, 그리고 넉넉치 않은 형편에서도 자신보다 못한 이웃을 위해 기부와 봉사를 실천해 가는 남식이와 같은 학생도 모두 진정한 부자이려니 부디 멀리 보자.

부모나 스승을 슬프게 만드는 일은 자식이나 제자가 희망을 잃고 좌절할 때이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그대들은 이미 진정한 직업사회의 영웅이 아니겠는가?

중국의 문학가 루쉰은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곧 길이 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제 남식이, 상신이, 재은이, 규목이 그대들이 가는 곳이 길이 되리니 지금처럼 열심히 가기 바란다. 외롭지 않도록, 힘들지 않도록, 더 멀리 도약할 수 있도록 폴리텍대 교수들이 디딤돌이 되리니 2학기도 최선을 다하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옛말이 있다. 열심히 살다 보면 더덕을 캐러 가서도 산삼을 만나는 것이 인생이니, 그대들 가는 길에 영광의 빛이 있을 것이다.

김남윤 한국폴리텍대학 남인천캠퍼스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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