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이후 20여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와 기대가 컸던 만큼 그 시행착오 또한 적지 않았다. 그러나 민선 5기까지 오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부분 또한 많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지방자치의 실시는 독점적인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 즉,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에게 이양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중앙의 눈치보다는 주민의 뜻과 눈높이에 맞추는 주민 지향형 행정을 추진하게 되었다. 공무원들도 행정의 가치와 지향점을 주민본위로 전환하여 정책과정에 대한 주민의 참여가 활발해졌다.
모든 것을 중앙이 독점해왔던 우리나라의 정치-행정-재정구조에서 보면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은 실로 눈물겨웠다고 해야 할 것이다. 충분한 제도적 뒷받침이나 훈련 없이 급작스럽게 지방자치가 실시됐고 더구나 중간에 정당공천제가 시행됨으로써 지방자치는 하루 아침에 중앙정치의 꼭두각시로 전락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 통제 속 부패도 날로 심각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자치의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의 하나인 ‘분권’은 여전히 ‘3할 자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결정과 집행권은 중앙정부의 독점과 통제 속에 있다. 지방의회도 정당공천이라는 족쇄 때문에 중앙정치의 노예가 되었고 토호세력 및 지방자치단체장과 고질적인 유착 관계는 끊어지지 않고 있다. 지방의회가 오히려 정상적인 주민참여를 변질 왜곡시키고 있다는 비판에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부패와 비리도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비리혐의로 기소된 지방자치단체장이 민선 1기 때는 23명(9%)이었으나 민선 4기에는 절반에 가까운 119명(48.4%)이 기소돼 42명이 직위를 상실하였다. 단체장 10명 가운데 절반 가량이 기소된 것이다. 또한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민선1기 때 78명, 민선2기 때는 79명이던 지방의회의원의 사법처리 수가 공교롭게도 정당공천제와 지방의원 유급화가 시작된 민선3기 때 262명으로 급증하였다. 이것은 지방의회 부패가 정당공천제 및 유급화 문제와 깊은 연결고리가 있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부패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정당공천제 등 선거제도에 근본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지방자치 혁신, 시민들 함께 노력해야
흥청망청 새는 곳간과 정부의 재정독점도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 살림을 옥죄고 있다. 성남시의 재정 모라토리엄 선언, 용인경전철 비리에서부터 태백시의 재정 파산위기, 인천시의 방만한 재정운영 등 전국 곳곳이 예산낭비와 비효율적 운용으로 신음하고 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선거공약 등을 내세워 빚까지 내어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호화청사와 낭비성 행사는 이런 지방자치단체의 단골메뉴이다. 이런 곳은 지방의회가 예산감시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오히려 예산 낭비를 방조내지 편승하고 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공무원노조도 공동의 책임이 있다. 함께 부끄러워해야한다.
우리 지방자치가 악마의 얼굴을 버리고 천사의 얼굴로 시민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정당공천제폐지, 재정권이양 등 제도적 개혁뿐만 아니라 시민의 자각을 통한 참여와 통제강화 등 시민행동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김광남 한국도시행정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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