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칠보산의 보물

전국에는 칠보라는 이름을 담은 산이 여럿 있다. 충북 괴산에는 일곱 개의 봉우리가 보석처럼 아름답게 빛난다하여 이름 지어진 칠보산이 있고, 경북 영덕에는 구리와 철, 황기와 더덕 등 일곱 가지 귀한 물건으로 유명한 칠보산이 있다.

북한에도 함경도 명천에 칠보산이 있는데 그 어느 산보다 수려함이 뛰어나 중국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칠보산 중의 으뜸은 경기 수원의 서쪽에 자리한 칠보산이 아닌가 싶다. 비교적 평평한 능선이 남북으로 이어져 있고, 숲이 우거져 삼림욕 및 산책길로 적합하다.

또한 도심 속의 작은 산중에 습원이 전개되고 있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맑은 날에는 정상에서 서해바다가 보이며 저녁 노을이 아름답기로 유명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원래 수원 칠보산은 처음에는 산삼, 맷돌, 잣나무, 황금수탉, 호랑이, 절, (힘이 센)장사, 금 등의 보물 8개가 있어서 팔보산으로 불리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보물을 찾기 위해 몰려들었고 급기야는 마을을 이루게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보물을 쉽게 찾을 수 없게 되자 사람들은 점차 도둑떼로 변하여 행패를 일삼았는데 비들치 고개는 그 소굴이 되어 상인들은 이 고개를 넘는 일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이 때 장씨라는 장사꾼이 위험을 무릎쓰고 혼자 산을 넘어 가다 조그마한 샘에서 허우적거리는 닭을 구해주었는데 이 닭이 바로 팔보산 여덟 가지 보물 중 하나인 황금수탉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장씨에게 이 닭은 행운이 아닌 불행이었다. 곧바로 도적떼에게 잡혀 목숨을 잃게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도적떼들도 황금닭을 손에 넣으려 하자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 번개가 내리치는 바람에 혼비백산하여 달아났으며, 황금닭은 그 순간 목청을 높여 크게 한 번 울고는 보통 닭으로 변한 채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하늘의 분노를 일으켜 황금닭이 사라진 것이다. 이때부터 팔보산은 칠보산으로 바뀌어 불리게 되었다 한다.

필자가 원장으로 있는 수원문화원 부설 민속예술단에서는 이같은 칠보산의 옛 이야기를 기초로 삼아 ‘보물찾기’라는 제하의 종합민속예술공연을 내달초 선보인다. 이 공연의 중심은 당연 사람이다. 사람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산삼이 사용되고 노약자를 위해 장사의 힘이 쓰여진다. 헐벗고 굶주린 자들에겐 부자의 금이 재빠르게 달려간다. 결국 이 공연은 사람이 보물임을 여실히 보여줄 것이다. 단언컨대 칠보산의 진정한 보물은 이 곳을 벗하며 살아가는 수원시민이리라.

염상덕 수원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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