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역사를 뒤흔든 인물이라면 단연 ‘카알 마르크스’를 꼽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그가 남긴 사상과 철학은 현대사에 크고 깊은 흔적을 남겨 놓았다.
런던의 더러운 골방에서 꾸던 그의 꿈을 이루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전쟁과 폭력과 살육이 벌어졌고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야 했는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특히 6·25 한국전쟁당시 99만명의 민간인과 25만명의 군인 그리고 18만명의 경찰과 15만명의 UN군이 희생되고도 아직까지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우리 민족은 ‘마르크스의 망령’이 거주하는 유일한 나라일 것이다.
얼마 전 막을 내린 런던올림픽 개막 축하쇼 도중, 배경이 어둡고 음산하게 바뀌면서 굴뚝이 올라가고 그 아래 신음하는 노동자의 삶이 연출되었다. 바로 산업혁명 직후의 모습이었고 그 시기에 마르크스는 그곳에 살았다. 수입이라고는 가끔 신문에 쓰는 기사 원고료가 고작이었고 옷을 전당포에 잡혀 외출을 못하는 일이 흔했다.
더 괴로운 것은 종이가 없어 저술 작업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의 병든 아이들 세 명은 약값이 없어 차례로 죽어갔는데 막내딸 프란체스카가 죽었을 때에는 2파운드가 없어 관도 못 사고 울어야만 했다.
그토록 처절한 빈곤 속에서 그가 얼마나 가진 자와 사회의 불평등을 저주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공산주의 혁명의 이론적 기반이 된 총 3권 17편, 97장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그의 저서 ‘자본론’은 바로 이런 상황 속에 쓰여 졌다.
그러나 그가 예언한 노동자의 천국, 모두가 평등한 공산주의는 끝내 구현되지 못했고 70년에 걸친 공산주의의 실험은 완전한 실패로 끝났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노동자의 임금과 생활환경은 더욱 열악해져 이 모순으로 인해 자본주의는 멸망하고 세계는 새로운 체계로 발전한다고 했지만 오늘날 자본주의가 발달한 선진국의 경우 노동자들의 임금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영국의 철학자 카알 포퍼(K.Popper)는 “젊어서 마르크스주의자가 되어보지 않은 자는 바보요 나이 들어서도 마르크스주의자로 남아있는 자는 더 바보다”라고 말했다.
지상낙원을 만들겠다는 그의 저서가 거꾸로 수많은 사람을 학살하는 명분이 되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유일한 공산국가로 남아 있는 북한이 3대 세습이라는 ‘왕조(王朝)공산주의’ 체제를 이어가고 열릴 줄 모르는 동토(凍土)의 땅은 마르크스의 화석(化石)이 되어가고 있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마르크스주의를 고집하고 있으나 매년 적지 않은 사람이 굶어 죽는 오늘날 북한의 모습을 마르크스가 본다면 무엇이라고 할지 궁금하다.
함진규 국회의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