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아보세’ 5천년을 이어온 지긋지긋한 가난을 떨쳐내자는 ‘새마을 노래’의 맨 앞에 나오는 가사이자 새마을 운동 구호다. 이 구호만큼 극적이고 우리 민족의 가슴에 불을 지른 문장이 있었을까?
자식에게만은 결코 가난을 대물림해 줄 수 없다는 간절한 희망을 담은 ‘잘 살아보세’야 말로 우리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한 국가목표 그 자체였다.
돌이켜 보면 우리 민족은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국가목표’가 설정됐을 때, 엄청난 추진력을 보여 왔다. 그 단결력과 추진력이 어느 정도인가 굳이 따질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모두가 ‘세계신기록’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20세기 후반 후진국에서 선진국에 진입한 유일한 나라이며 전 세계 개발도상국들이 닮고자 하는 롤모델은 단연 한국이다.
‘IMF 외환위기’ 때는 ‘금모으기 운동’으로 세계인의 혀를 내 둘리게 하면서 최단기간 내 IMF를 졸업했으며 국제사회에서 외환위기를 가장 슬기롭게 극복한 나라가 됐다.
최근 국가신용등급에서 한국이 일본, 중국, 러시아를 앞서는 것은 다시는 국가부도위기를 겪지 않겠다는 국가목표와 무관치 않다.
정치분야에서는 어떤가? 지난 2010년 160년 전통의 영국의 유력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을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군으로 분류해 발표했다.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군에는 전 세계에서 30개국이 선정됐는데 아시아권에서는 한국과 일본만이 포함됐으며 특히 한국의 민주주의가 일본보다 앞서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지난 60년대 ‘한국에 민주주의가 꽃피기를 희망하기보다는 쓰레기통에 장미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비아냥댔던 영국언론 스스로 그들의 생각이 틀렸음을 시인한 셈이다.
특히 우리의 선거문화는 전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지난 20세기 서방 선진국들은 민주주의를 할 줄 아는 미국과 유럽만이 선진국이며 오직 일본을 예외로 생각했다.
‘선(先)민주주의 후(後)경제’의 성장 로드맵은 선진국에서 줄기차게 주장해온 논리다. 그러나 파죽지세로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이룬 한국으로 인해 서방국이 주장하던 오랜 동서양구분론과 선진국 조건론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원동력. 그것은 바로 우리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한 국가목표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2001년 IMF 체제 졸업 이후 우리는 분명한 국가목표 없이 방황해왔다. 분배냐 성장이냐, 선택적 복지냐 무상복지냐를 놓고 논쟁만 이어왔다.
이념과 정파를 아우르며 통합된 국가목표를 제시할 정치리더십을 갖춘 지도자가 필요하다. 다가오는 12월 대선에서 그런 후보가 선택되기를 기대한다.
함진규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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