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은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가뭄과 폭우, 폭염 등 기후와 환경에 따라 작물의 생육이 달라지고 농산물 가격도 변한다. 이는 몇몇 특정 품목이 아닌 농작물 전반의 문제로, 특히 가뭄이나 태풍 등 대규모 자연재해는 인력으로 조절하기도 어려워 때론 농산물 수급에 심각한 불균형이 초래되기도 한다.
이렇듯 자연재해의 영향을 많이 받는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라 조금만 모자라도 가격이 폭등하고, 조금만 더 생산돼도 가격이 폭락해 농업인들이 애써 지은 농사를 갈아엎는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수급 불균형에 따른 시장 불안정은 기후 뿐 아니라 저장이나 유통 상의 문제 등 농업이 가진 특수성과도 연관이 있다.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장기 저장이 힘들고 일정 시간의 생육기간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공급량 조절도 쉽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일부 유통의 문제까지 겹쳐 어려움이 더해지기도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는 매년 농산물 가격이 폭등과 폭락을 거듭해왔다. 특히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는 해마다 극심한 가격 파동에 시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10년의 평균 배추가격은 포기당 3천989원이었으나, 9월 하순 평균 가격이 1만1천228원으로 연 평균의 2.8배에 달하자 급기야 중국산 배추를 수입하기도 했었다.
이러한 현상은 거의 매년 반복돼 2011년과 금년 5월에도 가격 상승이 있었으며, 향후 기후변화에 따라 다가오는 김장철에도 또 한 번 파동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실정이 이렇다보니 농가는 물론 농업단체와 중앙정부 및 지자체 등에서도 배추 파동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왔다. 과거 가정에서는 초겨울에 김장용 배추를 땅에 묻어 봄까지 저장해두고 먹었었다. 하지만 요즘은 저장기술과 가공기술이 발달해 굳이 땅에 묻지 않아도 오래도록 보관이 가능해졌다.
더군다나 배추 가격이 쌀 때 사서 저장해뒀다가 가격이 오를 때 대량으로 방출해 가격을 조절하고 있기도 하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추진하고 있는 ‘무·배추 전용 산지유통센터’가 바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무·배추 전용 산지유통센터를 활용해 이들 품목의 가격이 하락할 때 구매해 저장했다가, 상승하면 도매시장을 통해 방출함으로써 가격을 조절하겠다는 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국에 걸친 산지유통센터 건립 지원도 확대해나가고 있다.
무·배추 등 농산물 산지유통센터의 성공적 정착은 생산자인 농업인은 물론 소비자들까지 만족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시설과 기술의 발달은 무·배추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농산물의 저장 및 가공에도 적용돼 농산물 시장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친환경 농법을 이용한 근교농업과 첨단 과학농업으로 농업의 미래를 열어가는 경기도에 이 같은 농산물 전문유통센터가 들어서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수도권 2천 500만 인구의 식탁을 책임지고 있는 막중한 위치를 생각할 때 농산물 수급 및 가격 안정을 위한 이러한 시설의 적극적인 도입과 건립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
원익재 경기도 농식품유통과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