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짚신 신고 수원화성 걷기

짚신이 생겨난 시기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기록을 보면 마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송나라 학자 마단림은 ‘문헌통고’에서 마한의 풍속을 소개하기를 ‘신발은 초리(짚신)를 신는다.’ 하고 있으니, 그 이전부터 조선시대까지 2천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근대의 신발이 발명되기 전까지 사서(士庶)를 막론하고 우리나라 전역에서 누구나 신었던 평상화이다.

쉽게 닳는 성질 때문에 수명이 짧아 먼 길 떠나는 이들은 몇 켤레 더 챙겨 길을 나서야 하는 불편함은 있었지만, 버릴 것 없이 쓸모가 많았다. 낡은 짚신을 물에 축여 디딜방아의 지렛목에 끼워 방아 디딜 때 나는 삐걱거리는 소리를 막았고, 헌 짚신의 바닥만 떼어 손잡이를 달아 소에 달라붙은 파리를 잡는 파리채로도 쓰였으며, 거름으로도 좋은 재료가 되었다.

이렇듯 짚신은 서민들의 발이자 조상들의 생활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활용됐고, 그것이 가진 주술적 능력이 또한 병을 막고 낫게 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짚신은 언제나 바닥과 맞닿아 있는 위치 때문일까 우리의 옛말 속에서 ‘짚신도 짝이 있다’, ‘짚신에 국화 그리기’와 같이 지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설움에도 불구하고 짚신과 관련된 옛말이 유독 많은 이유는 그만큼 백성들에게 중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짚신을 민속촌이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전시품정도로 생각하는 요즘, 우리 선조들의 삶과 지혜가 담긴 짚신을 신고 수원화성을 걷는 행사가 열려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걷기 좋은 계절 가을, 수원의 대표 축제인 수원화성문화제 기간에 진행되는 ‘짚신 신고 수원화성 걷기’는 우수한 우리의 짚신을 신고 가족과, 친구와 함께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따라 걸으며 전통문화유산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10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 동안 수원시 전체가 축제의 무대가 되는 수원화성문화제 기간의 마지막 날인 7일 일요일에 열리는 ‘짚신 신고 수원화성 걷기’를 통해 짚신도 신어보고, 직접 만들어 보는 시간을 통해 그 동안 잊고 있던 소중한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길 바라본다.

염 상 덕 수원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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