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에 쏟아진 폭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사는 도시라는 강남을 또 침수 시켰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초고층 빌딩에서 내뿜는 에어컨열기가 몰려 있는 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거기다가 산이 많아 빗물을 품어주는 녹지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 강북지역에 비해 녹지가 적고, 그래서 불투수 면적이 많은 강남의 제반조건들이 상습 침수지역을 만들어 간다고 전문가들이 진단한다.
강남에서만 발생하니깐 요즘 유행하는 ‘강남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녹지 면적을 늘리고 빗물을 저류할 수 있는 ‘대심도 터널’을 건설해야 한다지만 드는 비용이 적지 않아 쉽게 선택할 수도 없는 내용이다.
그 와중에 서울시가 ‘빗물세’를 도입할 것이라고 언론이 보도하자, ‘먹고 살기도 힘든데 또 세금 더 걷을 셈이냐’고 비판이 쏟아졌다. 서둘러 박원순 서울시장이 ‘세금명목을 새로 신설해서 추가로 내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하면서 잠잠해지는 것 같더니, 이미 정부에서 오래 전부터 ‘빗물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은 재점화됐다.
시민이 세금 내는 것은 의무이긴 하지만 예산을 집행하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불신 때문에 무슨 꼼수가 있을 것 같다는 선입감이 앞서면서 사리를 따져 보기 전에 반대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빗물로부터의 재난 방지에 쓸 비용을 불투수 토지의 소유자에게 원인자부담 원칙을 적용하여 확보하자는 것이 ‘빗물세’ 또는 ‘우수세’의 내용으로 독일의 경우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목적세로 징수하고 있는 제도라고 한다.
주머니돈이나 쌈짓돈이나 세금인 처리비용만 잡아먹는 미운 빗물이 아니라 더 나아가 무궁한 자원으로 우리와 미래 세대의 곁에 모아두고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제도로 정착되고, 그래서 고마운 빗물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
금년에는 늦장마로 피해가 많았지만 봄부터 시작된 104년 만에 처음이라는 가뭄으로 농부들은 견디기 힘든 시기를 보냈다.
물 부족의 대표적인 현상이 가뭄이다. 가뭄에 필요한 용수를 확보한다는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4대강 사업을 추진했지만 농업용수로 공급되지 못해 농작물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고, 앞서 강남 스타일과 같은 도시 상습 침수피해지역에서는 그 효과가 미치지 못했다.
예전에 빗물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임금은 조선의 정조로서 화성을 창건하면서 저수지와 하천을 도시 설계에 적정하게 배치시켜 지금까지 그 효과가 지속되고 있다.
이제는 빗물을 애물로 만들지 말고 보물 같은 자원으로 바꾸어야 한다. 정부의 책임이다.
박남수 굴포천시민모임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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