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하류 남단쯤에 유로연장 50리 정도 되는 하천 하나가 있다. 인천시 부평구에서 발원하여 도심 중앙을 지나 부천·부평 경계를 흐르다가 짧게 서울 강서구를 거쳐서 김포시 신곡동에서 한강과 합류되는 굴포천이다.
십여년 전에는 환경부가 측정한 수질에서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200ppm을 넘을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오염이 심했던 하천이기도 하다.
1940년부터 일본 조병창으로 시작해서 지금도 외국 군사기지로 남아 있으며 최근 맹독성 페기물이 검출되었다는 부평 미군 에스컴 부대 옆으로도 굴포천이 지나간다.
굴포천은 원래 ‘판개울’이었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옛날에 이미 인공적으로 수로 사업을 했던 하천이다. 고려 고종 때 무신 최이가 굴포천을 파려고 했다는 얘기도 있고, 실제 조선 중종 때 김안로는 인천 주안 갯골과 부평벌 중앙으로 흐르는 하천을 연결하는 물길, 요즘 말로 하면 운하를 건설하다가 중간에 암석고개를 뚫지 못해 실패했다.
그런데 그 두 사람 모두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온갖 모사를 꾸몄던 점으로 보아 굴포천 사업을 추진한 의도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결국 김안로의 말년은 역적으로 몰려 사약을 마시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일제 강점기에도 굴포천 방수로 공사를 하려고 수로부지를 확정했으나 얼마되지 않아 일본이 패망하면서 실패한 계획됐다.
지금 경인아라뱃길은 노태우 전대통령의 지시로 굴포천 유역 상습침수피해 방지를 위한 방수로 공사로 설계된 것이 시초였는데 그 또한 ‘반란 수괴’의 혐의로 법정에 섰고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러고 보니 굴포천은 예전부터 권력을 탐욕하던 사람들이 농단한 하천으로 너무 많은 한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그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모두 굴욕을 당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굴포천의 농단은 계속되고 있으며, 논쟁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03년부터 경인운하를 건설하면 경제성(B/C)이 충분하다고 보고서를 냈다. 이에 따라 사업비 수조원을 들여 건설한 담수형 수로가 지금은 평일에 빈 유람선만 오락가락 하고 있다. 세금을 내고 있는 시민의 입장에서는 국가기관의 보고내용이 허위가 아니었냐고 해명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순서이다.
비단 굴포천만 이런 굴욕을 당하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이 열정적으로 지켜낸 몇 곳을 제외하고는 한국의 모든 하천이 비슷한 처지이다. 제발 하천을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천을 본 모습 그대로 보전하거나 자연에게 돌려주려는 노력이 정부차원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박 남 수 굴포천시민모임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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