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 잡수셨습니까?”, 너나없이 끼니를 때우는 일조차도 버겁던 시절의 인사말이었다. 오늘날 “진지 잡수셨습니까?”라 묻는다면 “혹 끼니를 놓치지는 않으셨습니까?”란 의미일 것이다. 이렇듯 말은 같으나 의미가 바뀐 데에는 먹는 것 자체의 고단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쌀을 주식으로 하였다. 그러나 쌀은 턱 없이 부족하였고 기근은 극심할 밖에 없었다. 식량 증산을 위해 정부는 품종을 개량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였고, 농민들 또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였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쌀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제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이다. 빛깔이 변하고 있으며, 환경 친화적인 쌀과 유기농쌀, 기능성쌀이 재배되고 있다.
우선 빛깔로 보면 백미, 흑미, 황미, 홍미, 녹미가 있다. 또한 환경 피해를 최소화 하는 친환경쌀, 화학비료대신 유기질 퇴비로 재배되는 유기농쌀이 있다. 그리고 기능을 강화시킨 쌀은 품종육성에 따른 기능성쌀, 특수성분을 쌀 표면에 코팅한 쌀, 가공방법에 의해 성분이나 물성이 변화된 쌀이 있다.
쌀이 진화하고 있다
오늘날 쌀의 브랜드는 전국적으로 약 2천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선택의 폭은 넓어졌지만 그만큼 혼란도 야기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21개 지방자치단체의 쌀 브랜드가 있으며, 김포시에만 29개의 브랜드가 있다. 그러니 경기도의 쌀이라고 하여도 어느 지방의 쌀인지 브랜드만을 가지고는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비슷비슷한 브랜드도 소비자의 선택을 어렵게 한다. 경기도 이천시는 임금님표, 여주군은 대왕님표, 대구의 달성구는 어백미, 진상미란 브랜드가 있다.
그러니 소비자가 브랜드로 쌀의 품질과 생산지를 안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더더욱 문제인 것은 식당의 밥상에 올려지는 쌀밥은 어디에서 생산된 것인지, 어떤 브랜드의 쌀인지를 알 길이 없다.
현대인들은 매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식당의 밥맛은 저마다 다르다. 한 마디로 밥맛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민족은 밥의 힘으로 산다고 하는데 영 밥맛이 없을 때에는 불쾌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제 입에 들어가는 순간 행복함을 느끼는 그런 밥을 먹고 싶다. 아니 그런 밥을 선택할 수 있었으면 한다. 매식을 하게 되는 경우 소비자가 알아야할 쌀에 대한 정보는 매우 부족하다. 도대체 어느 지역의 쌀인지, 아니 브랜드가 무엇인지를 알고 밥을 먹는 경우는 거의 전무하다.
그런데 경기도의회 의원들께서 의미 있는 법안을 발의하였다. 일명 ‘쌀밥의 생산지 및 브랜드 표시에 관한 조례안’이다. 이 조례안이 통과된다면 쌀의 소비촉진에도 한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농가의 소득증대에도 일익을 담당할 것이라 믿는다.
쌀밥, 선택하게 해달라
의원들께서 발의한 조례의 목적이 ‘지역 생산품인 쌀의 본래적 가치와 다양한 맛을 온전히 보호하고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함은 물론, 쌀의 생산지와 브랜드를 널리 홍보하여 쌀 소비를 촉진해 쌀 생산농가의 소득 증대에 기여함’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밥 힘으로 산다. 대한민국이 더욱 강건하여지게 되길 소망한다. 좀 더 맛있고 안전한 쌀로 육체적 건강뿐만이 아니라 엔돌핀이 팍팍 솟아나 정신마저도 건강해지는 그런 밥상을 기다려본다.
김 용 국 문학박사?(사)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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