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에는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중에서도 해리포터가 다니는 마법학교의 교장으로 마법세계의 정신적 지주인 덤블도어를 특히 좋아했습니다.
그는 어떤 위기가 닥쳐도 동요하지 않고 해결해 나갑니다. 권력에도 초연해서 여러 차례 마법세계의 수장인 마법부 장관에 출마할 것을 제안받지만 단호하게 사양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덤블도어를 좋아한 이유는 이런 영웅적인 면모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교장으로 있는 마법학교에 심각한 위기가 닥쳐도 눈에 띄지 않으며, 심지어 매우 한가하고 여유롭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간혹 존재감이 없어 보일 때도 있습니다.
결국 칭찬은 사건을 영웅적으로 해결한 해리포터와 그 친구들에게 쏟아지곤 합니다. 이때 덤블도어는 이들을 아낌없이 격려할 따름입니다.
그렇지만 사건이 발생할 것을 미리 예견하고, 남들이 신경 쓰지 않을 때도 동분서주하는 것은 늘 덤블도어입니다. 해리포터 또한 그가 보이지 않게 쳐놓은 보호막 덕분에 죽을 고비를 숱하게 넘깁니다.
제가 보기에 덤블도어는 해리포터의 원작자인 조앤 롤링이 노자를 참고해서 구상한 인물이 아닌가 싶을 만큼 가장 높은 지도자에 가까운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대통령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얼마 전 한 연구소에서 발표한 대통령 후보들의 리더십을 분석한 글을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글에 따르면 박근혜 후보는 강력한 참모그룹을 보유하고 있어 ‘탱크로 중무장한 나바론 요새의 여 사령관’이라고 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전투력과 팔로어십을 보유한 참모형 리더십으로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조용한 공수부대장’이라고 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소리없이 조용하게 정확한 타이밍에 기성정치권의 약점을 꼬집어 온 ‘레이저 총으로 경무장한 투명인간’이라고 했습니다.
후보들의 정치적 배경을 중심으로 한 평가인데 수긍이 가면서도 이것만으로는 후보들의 리더십을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글을 읽는 내내 노자가 세 후보를 봤다면 어떻게 말했을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이 병 학 경기광역자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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