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처인구 유방동에 소재한 사립문(회장 김진희)의 강의실엔 오후 8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7명의 봉사자의 분주한 움직임으로 활기찼다.
바로 3일 앞으로 성큼 다가온 사립문 초례청 행사에 쓰일 천연비누 선물세트를 제작해야 하는 막중한 사명감 때문.
초례청은 전통혼례를 치르는 장소를 이르는 말로, 사립문은 오는 24일 용인시청 시민예식장에서 치러지는 세 쌍의 새터민 합동결혼식의 전반적인 진행을 맡아 분주했다.
김진희 사립문 회장은 “화려한 신혼여행까지는 보내주지 못하지만, 새터민 가정이 지역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사립문이 새터민 합동결혼식을 추진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07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회장을 비롯한 사립문 회원들은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의 복지시설 ‘생명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사비나 수녀원장으로부터 새터민 부부의 결혼식 진행을 부탁받은 것.
대부분 새터민은 탈북 이후 중국에서 피신 중 한족이나 조선족과 인연을 맺지만, 결혼식도 못 치른 채 입국하는 경우가 많다. 또는 중국인 가정에서 식모처럼 살다가 탈북 사실이 들통나 강제 북송되는 일도 허다하다. 김 회장은 이처럼 새터민의 딱한 소식을 전해듣고 합동결혼식을 제안하게 됐고, 부부 4쌍의 혼례를 성사시킨 이래 지금까지 총 18쌍의 부부에게 백년가약을 맺어줬다.
그러나 김 회장은 결혼식을 치른 새터민 가족의 삶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대부분 직장에서 6개월 이상을 버티지 못한고 그만둬 경제적 궁핍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김 회장은 새터민들에게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했고, 지난해 4월 청소·소독 용역업체인 ‘하얀세상’을 창업했다. 더욱이 탈북주민 고용 창출 효과를 인정받아 지난 6월에는 경기도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청소용역업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김 회장은 “하얀세상은 전적으로 새터민들의 터전”이라며 “앞으로 매출을 더욱 향상시켜 새터민 가정이 경제적으로도 굳건히 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용인=강한수·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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