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이상적인 문화, 문화도시

이상적인 문화는 연령, 성별 차이가 없는 개성의 영역이다. 지역의 문화를 우열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는 문화다. 그러나 역사는 “테베는 이집트이고, 로마는 세계이며, 바그다드는 이슬람이고, 파리는 프랑스 스펭글러”로 기억한다. 이는 현대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정치, 경제, 문화 집중도가 높은 파리는 곧 프랑스요, 서울은 곧 한국이다.

정치, 경제보다 더 심한 대도시 집중 현상을 보이는 것이 문화다. 예를 들면 프랑스의 30개 국립박물관 유료관람객 1천280만명 중에 루브르와 오르세 미술관의 관람객이 630만명으로 49%를 차지한다. 한국은 36개 국공립미술관 관람객 784만3천명 중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한가람미술관 관람객이 358만6천명으로 46%다.

서울과 서울 이외 지역과의 문화적 불균형은 불평등에 가깝고 이의 시정은 이상적인 지방자치제의 문화적 실현이다.

그럼에도 왜 이 문화적 이상은 실현되지 않을까? 프랑스의 초대 문화부장관 앙드레 말로는 문화의 파리 집중도를 완화하고 지역문화발전을 위해 문화의집을 운영하고, 고급 예술을 모든 국민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문화의 민주화 정책을 폈으나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영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전후 복구와 국민 사기 앙양을 위하여 아트센터를 모든 중소 도시에 건립하는 계획을 시행하였으나 이 역시 성공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예산과 문화 인프라, 인력이 파리와 런던에 집중된 것이 중요한 이유이겠지만 관료와 운영 전문가와의 관계에 따라서 문화기관 운영 성과가 달리 나타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뿌리 깊은 행정 관료제의 경직성과 우월적 인식, 비전문성, 번문욕례로 인하여 전문가가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한 지역은 실패했고, 행정 관료가 문화를 이해하고 전문가의 활동을 지원하고 제도를 마련한 도시는 성공하였다.

현대는 주민의 행정 참여와 전문가의 지식 활용이 지역 발전의 관건이다. 특히 예술분야는 전문가의 예술적 식견과 비전이 그 지역문화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다. 이상적인 문화도시는 아무리 잠재 자본이 풍부하더라도 예술기관 운영의 전문성이 행정지원과 더불어 제도적으로 뒷받침될 때에만 가능하다.

 

이 철 순 양평군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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