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뺏벌 주민ㆍ종중 10년 묵은 갈등 풀릴까?

안병용 시장ㆍ대책협 전격회동… 분쟁조정위 구성키로

임대료 인하와 이주대책 등을 놓고 토지주인 종중과 10여년째 갈등을 빚고 있는 의정부시 고산동 캠프 스탠리 부근 뺏벌 주민들의 민원이 해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민들이 지난달 29일부터 시청 앞에서 해결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지 한달여만에 지난 28일 안병용 시장과 주민대책협의회와 전격 회동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안 시장은 이 자리에서 “종중 땅은 개인재산으로 지방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분명히 선을 긋고 “주민들의 주거, 생활안정을 위해 각계 전문가로 분쟁조정위원회를 구성해 해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이날 주민들이 이를 수용하면서 시는 분쟁조정위를 구성해 앞으로 갈등해결을 위한 중재 등 해결책을 찾아볼 방침이다.

그러나 주민과 종중 간 갈등의 골이 깊은데다 양측의 입장차가 커 중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주민들은 그동안 올린 임대료 인하, 토지 분할 매각, 이주대책 등을 요구해 왔다.

반면 토지주는 임대료 인상은 불가피하고 미납입대료에 토지명도소송 등 법적으로 대응하며 임대료를 먼저 해결하면 검토하겠다는 뜻을 유지해 왔다. 특히 주민들이 지속적인 시위를 벌이다 지난 11일 시제방해 집회까지 하자 종중은 미뤘던 강제경매절차에 나서겠다는 강경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뺏벌문제의 시작은 한국전쟁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곳에 미군이 주둔하면서 장사를 하려고 들어온 주민들이 종중 땅 3만2천715㎡에 건물을 짓자 종중에서는 임대료를 받아왔다.

그러나 2만여명에 이르던 미군이 1990년대 후반부터 줄기 시작하면서 뺏벌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설상가상으로 2001년 GB가 해제되고 자연취락지구가 되면서 지가가 상승, 종합 부동산세를 비롯해 재산세 등 종중의 세금부담이 켜졌다.

이에 따라 종중은 종전 3.3㎡ 당 4천원을 받던 임대료를 3만~4만원 수준으로 올렸고 상당수 주민이 납부를 거부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그동안 밀린 임대료가 가구당 적게는 1천500만원에서 많게는 8천만원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종중 땅에 있는 건물과 주민들은 모두 140동 141세대 231명에 이른다.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결국 미군철수로 나타난 현상이다. 피해를 보는 공여구역 주변지역 민간인도 정부의 지원을 받게 관련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건의하는 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의정부=김동일기자 53520@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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