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구메농사마을]복조리는 마을의 복덩이…福 받아가세요

농업이 사양산업 취급을 받고 젊은이들이 농촌을 빠져나가면서 생기를 잃어가던 농촌이 도시와의 교류로 되살아나고 있다.

여기에는 농가에서 숙박을 하면서 농촌문화를 체험하고 주변 관광, 지역축제까지 참여하는 농촌 체험 관광 프로그램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복잡하고 경비지출이 많은 유명관광지를 선호하던 도시 관광객들은 최근 한적한 농촌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체험관광에 눈을 돌렸다. 웰빙과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도 농촌 관광이 각광받는 이유다.

농촌의 입장에서는 지역에 남아있는 소박한 인정과 전통문화, 자연경관을 바탕으로 도시민의 여가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고 이런 분위기가 농가수입 증대로 이어지면서 기존 농사에서 체험·휴양·관광 등으로 기능이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서울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도농복합도시가 많은 경기도에서는 이러한 농촌체험마을이 도농 상생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 중 안성 구메농사마을은 복조리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으로 도농 교류의 아름다운 모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복을 가져다준다는 복조리, 마을엔 복이 가득

“복을 가져다 준다는 복조리를 만들다보니 우리 마을에도 도시사람들과 함께 큰 행복이 찾아왔네요.”

경기도 최남단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 칠현산자락에 자리잡은 구메농사마을.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낮은 돌담 너머 크고 작은 장독대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나무에는 잘 익은 감이, 처마 밑에는 메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정겨운 시골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차가운 겨울공기를 뚫고 새어나오는 왁자지껄한 웃음소리를 따라가보니 마을회관의 방 한 칸에 7명의 어르신들이 빙 둘러앉아 도란도란 수다꽃을 피우며 익숙한 손놀림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있다. ‘복조리’다.

구메농사마을은 400년 전통의 국내 최대 복조리 생산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국산 복조리의 80~90%가 이 곳에서 생산된다. 우리나라에서 ‘복’이 가장 많은 마을인 셈이다.

‘작은 지역의 조그만 농사’라는 뜻의 마을이름처럼 50여가구가 콩이나 고추 등을 소규모로 재배하며 대부분의 주민이 복조리를 수작업으로 만들고 있다.

차량용과 실내장식용 등 다양한 규격으로 생산되고 있는 이 곳의 복조리는 마을 주변에서 자라는 1년생 조릿대를 얇게 쪼개 말린 다음 다시 몇 시간 물에 불려 부드럽게 만든 뒤 양 손과 양 발을 이용해 엮어낸다. 완성단계에서 손잡이를 묶을 때 지그재그로 안과 밖을 한번씩 더 엮기 때문에 일반 막조리와는 다르게 섬세하고 튼튼하다는 게 강점이다.

60년째 복조리를 만들고 있다는 장수환 할머니(78)는 “열여덟살 때 안성 시내에서 이 시골로 시집을 와서 그 때부터 복조리를 만들었어. 20분이면 복조리 한쌍을 뚝딱 만들지. 이거 하다 보면 하루가 후딱 가버려” 라며 환하게 웃는다.

장 할머니 옆에서 복조리를 만들던 박정수씨(61)도 “요즘은 복조리를 쓰는 곳이 없어서 생산량이 줄긴 했지만 연매출이 1억원에 달한다”며 “자기가 만든 만큼 소득이 올라가니 개개인이 사장인 셈이라 모두들 열심”이라고 거들었다.

구메농사마을을 방문하면 이들과 같은 복조리 장인들로부터 친절하고 푸근한 1대 1 강습을 받을 수 있다. 방문객들은 한결같이 공기 맑고 경치 좋은 곳에서 얇은 대나무 가지를 엮고 있다보면 잡생각은 저만치 사라지고 마음이 절로 평온해진다고 입을 모은다.

주민들의 도움을 받으며 복조리를 완성시키는 데는 한시간이면 족하다. 이렇게 만든 복조리는 복을 불러오고 액을 막아준다는 의미까지 담겨 있어 훌륭한 기념품이 된다.

대나무를 이용한 체험거리로는 죽봉 만들기도 있다. 대나무를 가지런히 정돈해 튼튼하게 묶기만 하면 완성이다. 혼자서도 등이나 몸의 일부를 두들기며 지압과 안마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어르신 선물로 인기 만점이다.

▲사계절 풍부한 체험…한해 체험객만 1천500명 달해

산골마을을 체험하기 위한 가족이나 단체 방문객들로 이 작은 마을을 찾는 이들은 연간 1천500여명에 달한다.

이 곳에서는 사계절 가능한 복조리와 죽봉 만들기 외에도 봄이면 봄나물 채취, 감자·고구마 심기, 모내기 체험, 화전 만들기를, 여름이면 감자 캐기, 고추 따기, 옥수수 수확하기, 물놀이를, 가을에는 고구마 캐기, 감 따기, 콩서리, 고추 따기, 허수아비 만들기를 할 수 있다.

요즘 같은 겨울에도 눈썰매·얼음썰매 타기, 연 만들어 날리기, 팽이치기, 쥐불놀이 등 체험거리가 무궁무진하다.

마을 한 켠에는 황토방까지 마련돼 있어 원한다면 숙박도 가능하다.

깊은 산골 마을에 도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된 이후다.

마을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도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외지인이 와도 불편함이 없게 마을을 단장했다.

이후 2006년 농협이 주관하는 팜스테이마을, 행정안전부 지정 정보화마을, 2006년 환경부 지정 생태우수마을 등 여러 이름을 얻으며 점점 유명세를 얻어갔고 2008년부터는 마을 특산품인 복조리를 전면에 내세운 호롱불복조리축제를 개최해오기도 했다.

체험상품 뿐만 아니라 정보화 교육을 받은 뒤 서리태와 고추, 쌀 등 직접 기른 농산물을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고 직거래도 하면서 마을은 활기를 띠었다.

그 결과 2009년에는 농촌마을가꾸기 경진대회서 우수상을 수상하고 2011년에는 농가소득 및 주민복지를 향상시킴으로써 농촌에는 희망을, 농업인에게는 행복을 가져다 주는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제1회 대한민국 농어촌 마을대상’ 분야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고병덕 농촌체험마을 운영위원장은 “도시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전통문화도 즐기고 온 가족이 모여 화목도 키울 수 있어 이곳을 방문한 이들은 모두 환한 얼굴로 돌아간다”며 “체험프로그램으로 농외소득이 생기면서 가구당 소득도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늘어 마을 주민들의 주름도 펴졌다”고 말했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사진 추상철기자 scchoo@kyeong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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