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긍정의 힘이 넘치는 癸巳年

대학교수들이 흑뱀의 해인 올해를 사자성어로 제구포신(除舊布新)으로 정했다고 연초에 신문에서 본 적이 있다. ‘제구포신’이란 ‘춘추좌전’에 나오는 말로 ‘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펼쳐낸다’는 뜻이다.

춘추좌전의 기록을 보면 소공(昭公) 17년 겨울 하늘에 혜성이 나타나자 노나라의 대부(大夫) 신수(申須)가 이를 제구포신의 징조로 해석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혜성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불길함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는데 오히려 이를 변혁의 징조로 본 것이다.

새해 사자성어를 추천한 이종묵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변혁은 불길함의 징조가 나타날 때 필요한 것”이라며 “다만 그 변혁은 백성의 믿음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제구포신의 사자성어의 속뜻을 알고 보니, 어떤 것에 대한 긍정과 부정적인 생각이 나중에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보일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할 수 있다’와 ‘할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전자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경험상 종종 볼 수 있다. 한 예로 무조건 안된다고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가정해 보자. ‘난 할 수 없어, 무엇을 해도 난 안돼!’ 이런 주문을 외우는 상황에서 과연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미리부터 할 수 없고 안된다는 생각 속에서 일한다면 결과는 너무 뻔하지 않을까? 반면에 할 수 있다는 긍정의 마음으로 시작 한 일이라면 그 결론 역시 바람직하게 결과가 나올 것임은 분명하다.

이런 생각 속에서, 긍정의 사고와 부정의 사고를 다시 소통과 불통으로 연결지어 생각해 본다. 소통은 나와의 생각이 비록 다를지라도 서로가 설득시키고 이해하면 하나의 생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게 소통이다. 즉 같은 생각, 다른 생각 모두 통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에 불통은 그 출발부터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관계로 나 이외에는 설득도 이해도 필요 없다는 부정적인 의식을 포함하고 있다. 불통은 지신의 생각이 맞고 틀림에 상관없이 그 어떠한 행위 자체가 무조건 안 된다는 입장이 강하다고 할 수 있겠다.

올해는 5년간 우리나라를 이끌고 갈 새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는 한 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보다 나은 미래를 약속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긍정적인 사고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묵은 것들을 과감히 떨쳐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하는 제구포신(除舊布新)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모든 이에게 긍정적이고 소통하는 희망찬 癸巳年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 정 섭 한국농어촌공사 CEO 정책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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