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미술관의 소장품

모나리자는 루브르박물관의 얼굴이다. 필자도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를 보고자 유독 많은 사람이 몰려 있는 모나리자 앞의 군중이 된 적이 있다. 모나리자가 없는 루브르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대표작이 미술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이는 미술관의 가치는 미술관이 어떤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미술관에 대한 평판은 단순히 소장품만으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설과 시설관리, 서비스, 좋은 기획전시, 교육, 미술관 종사자의 수준, 운영 비전, 고객 만족도 등 다양한 관점에서 미술관을 평가할 수 있다. 평가 요소가 다양한 만큼 미술관 운영에서 그 어느 부분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특히 항구적인 미술관 평판을 낳는 것은 소장품의 성격과 양, 질이다.

공립미술관 중에서 소장품 성격이 분명한 미술관은 철을 소재로 하는 작품을 수집하는 포항시립미술관을 들 수 있다.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과 같이 작가를 기념하는 미술관은 더더욱 분명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립미술관은 어떤 작품을 소장함으로써 미술관 성격과 특성화를 기할 것인가가 분명하지 않다. 설령 미술관 소장품의 방향을 설정하고 특성화하려는 노력을 하고자 한다 해도 예산 확보 없는 소장품 구입은 불가능한데, 자치단체나 의회에서 인색한 부분이 소장품 구입예산이다.

미술작품의 투자가치는 단기적으로는 일반 상품의 수익률보다 낮다는 것이 경제학적 일반론이다. 경기를 많이 타고 환금성이 떨어지므로 손실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애호가 아닌 단기 투자 목적의 수집은 별로 권할만하지 못하다. 개인과 달리 공공 미술관은 미술관의 성가를 높이고 외부성을 극대화할 수 있으므로 투자 목적보다는 유증가치 측면에서 우수한 작품을 소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다고 유명한 작품을 소장한다고 다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미술관의 미션이나 비전과 관련 없는 유명 작품을 한두 점 소장하는 것보다는 그 미술관의 성격에 맞는 작품을 소장하는 것이 미술관이 경쟁력을 갖는 방법이다.

양평군립미술관은 지역 미술관의 성격에 맞게 양평 지역작가와 유명세보다는 창의성(creative)을 기준으로 미래가치가 높을 것이 예상되는 다양한 방식의 현대 작품을 소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것이 우리 미술관이 다른 근대미술관과 차별성을 갖는 현대미술관이 될 수 있는 길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 철 순 양평군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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