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는 수소고 산소는 산소다. 이 둘이 화학적 반응을 거쳐 하나로 되면 물이 되는데 이를 융합이라고 한다. 탱자나무 대목에 귤나무 삽목을 접을 붙인다면 이는 결합이다. 전기로 가다가 가솔린으로 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복합이고, 연료와 쓰레기를 같이 태워서 에너지를 얻는다면 병합이고, 된장에 갖은 양념을 하여 쌈장을 만든다면 이는 혼합이다.
이렇게 둘 이상을 합하되, 그 과정이나 방법 등에 따라 용어가 달라지고 내용이 다르지만 이 글에서는 편의상 뭉뚱그려 융합이라고 쓰고자 한다. 2011년에 시행된 산업융합촉진법에서도 결합과 복합을 아우르는 용어로 융합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무리가 아니라고 본다.
대체적인 가치체계나 가치사슬은 가치에 가치를 더하는 부가가치의 개념으로서 일대일 관계나 일자형 또는 순차형 사슬을 형성하는데 가치의 증가는 점진적이다. 융합의 가치사슬은 체인형, 순환형, 교환형, 다자형 등으로 복잡다단하게 나타나는 반면에 그 가치의 증가는 폭이 크다.
정보기술과 통신기술이 만나 휴대전화가 되고, 콘텐츠에 디자인이 보태져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는 것은 기술융합이다. 똑똑한 총각과 아름다운 처녀가 결혼하는 것은 인간융합이라 볼 수 있다.
과자장사와 화장품장사가 각각 장사를 하다가 한 점포에서 같이 모아 장사를 하면 상품융합이고, 투자자들이 모여서 투자를 하고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책임진다면 돈과 사람 간 융합이다.
이렇듯 융합은 개념도 방법도 구성요소도 모두 다를 수 있지만 그 출발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차이’에 있다. 아니라는 것이 아니고 다르다는 것이 모든 융합의 단초가 되는 것이다. 그 기반은 미래학자들이 과거에 오늘날을 예측하여 지식사회로 규정한 바 대로 지식 그 자체에 있다.
여기서 지식이라 함은 사건을 통째로 외워서 뇌에 저장해 놓는 정태적 지식이 아니라 지식을 가공, 변환, 융합한 동태적 지식 즉 창의적 지식을 일컫는다. 죽은 지식이 아니라 살아있는 지식, 잠든 지식이 아니라 깨어 있는 지식 그 자체가 융합의 기반이다.
한 사람의 지식과 다른 사람의 지식 즉 차이 나는 두 지식이 합쳐질 때 융합의 가치가 상승하는데 그 합치는 과정이 바로 소통이다. 지식가치를 교환하거나 부가하는 과정은 소통 없이 실현되기 어렵다. 지구 상의 동물 중 가장 성공적인 번식종은 사람과 개미와 벌인데 이들의 성공요소가 바로 소통이다.
‘차이’를 귀중히 여기고 여기에 ‘소통’을 수단으로 삼아 ‘지식’을 서로 보태면 융합이 일어나 이는 개인이든 가족이든 국가사회든 간에 가치창출로 귀결됨을 확신한다.
최 유 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원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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