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떠난 사람

조직생활을 하면서 조직구성원들과 거의 일생을 같이 지내다가 헤어지게 되는 것이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통상적인 모습이다. 일과가 바쁘고 정신없이 생활을 하다 보면 세월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어찌 보면 가족들보다도 같이 지내는 시간이 더 많은 것이 우리네 조직생활이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같이 지내다 보니 정도 들고 친밀감과 우애가 돈독해지게 된다.

그러나 조직을 떠나고 나면 상황이 그렇지를 못하는 것 같다. 필자의 경우 조직을 떠나신 선배님들로부터 간혹 연락이 오거나, 아니면 필자가 안부인사 겸 직접 연락을 드려 식사를 모시는 경우가 있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조직을 떠난 선배님들이 한결같이 쓸쓸해하시는 모습들이 엿보인다.

선배님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다 보면 후배들로부터 전화 한 통이 그립다고 한다. 하기야 후배들도 마음이야 있겠지만 바쁜 조직생활 속에서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어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보여진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경우의 얘기를 듣고 보면 마음이 매우 허전함을 감출 수가 없다. 즉 선배님들이 현직에 계실 때에는 마음의 선물도 종종 받으셨는데 조직을 떠나고 나니 선물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거의 없다는 말을 한다.

 

그 말의 내용을 가만히 살펴보면 선배님들이 그동안 주위의 사람들과 인간적인 관계가 아닌 이해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조직생활 속에서 살아왔구나 하며 외로워하는 느낌을 받았다.

필자도 마찬가지로 떠나신 선배님들에 대한 생각이나 마음의 선물을 제대로 보내 드린 적이 거의 없음을 알게 되었다. 필자가 아직은 현직에 있으니 선배님들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또 필자가 앞으로도 평생 조직생활을 계속해서 할 것이라는 순간적인 착각과 오만 속에 사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필자도 예외 없이 조직을 떠나게 된다. 필자도 막상 조직을 떠나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니, 앞으로 선배님들에게 자주 안부인사를 드리고 챙겨드려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필자가 나중에 선배님들로부터 최소한 고맙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말이다.

그것도 선배님들이 살아계실 때 기회를 놓치지 말고 소중하게 해야 할 일이라고 다시 한 번 마음의 다짐을 해본다. 하루가 다른 환절기 날씨 속에 유명을 달리하시는 선배님들이 많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내가 한 행동이 후배들에게도 전해져 나중에 필자가 은퇴한 이후에 후배들로부터도 좋은 소식을 혹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 본다. 우리나라와 사회와 가족들을 위해서 일생동안 공헌을 해 오신 선배님들의 좋은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김 광 철 한국폴리텍Ⅱ 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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