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맹꽁이와 함께 살자!

“맹꽁이를 아느냐?” 지난 여름 어느 고등학교 2학년 학생 전원과 대화를 나누면서 한 질문이다. ‘좀 어수룩한 행동을 하는 친구의 별명’이라는 답변에 강당은 웃음바다가 됐다. 머리와 몸통이 구분되는 목이 없고 전체적으로 둥글고 통통한 생김새 때문에 키에 비해 아랫배가 나온 사람을 맹꽁이 같다고 하기도 한다.

300여 명 중에는 맹꽁이를 본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하다못해 선생님도 드물었다. 예전에는 맹꽁이를 그렇게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어 법정보호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멸종위기종이 다 그러하듯이 과도한 농약사용, 무분별한 개발로 서식지 파괴 등으로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청주에서는 ‘원흥이 방죽 두꺼비 보호운동’이 일어났다. 아늑한 원흥이 마을이 끼고 살던 농경지에 대규모 택지단지 개발공사가 시작되면서 지하수가 솟는 방죽에 집단 서식하고 있는 두꺼비 보존문제로 시민들과 시행사인 토지공사가 대립하게 됐다.

두꺼비가 인간과 함께 살아가야 할 자연의 동반자라고 생각한 시민들은 공사 강행에 맞서 새벽 6시에도 700~800여명이 방죽에 모여들 정도의 열정으로 두꺼비를 지켰다. 2년 가까운 투쟁으로 습지는 원형대로 보전되었다. 그 후 완공된 아파트단지에는 생태도시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붙여졌고 두꺼비는 이 마을에 상징이 되었으며 해마다 축제가 열린다.

 

광명시 안터습지에서도 양서류가 보호되고 있다. 오래전 농경지에 용수를 공급하던 조그마한 저수지가 도시화 개발에 밀려 매립 위기에 빠졌지만 서식하고 있는 법정보호종 금개구리, 맹꽁이 등 여러 종의 양서류를 보호하자고 시민들은 요구했고, 경기도는 생태계보존지구로 지정했다.

평택 미군기지가 들어오기 전에 그 예정지에는 금개구리가 서식하고 있었다. 시민들의 요구로 국방부는 2007년 400마리를 인근 팽성읍 덕목재 부근 대체서식지로 이전시켰다.

착한 기업도 있다. 서울 신도림역 부근 사유지에 서식하던 맹꽁이들을 이곳에 대형상가를 건축하려는 기업주의 배려로 부지 내에 조성된 생태공간에서 보호하고 있다. 여기에 소요된 비용이 자그마치 50억이었다고 한다.

부평 부영공원은 일본군 조병창으로 시작해서 해방 후 오랫동안 미군부대였는데 토양이 심하게 오염된 사실이 최근 확인되면서 정밀조사와 오염제거사업을 해야 할 처지이다. 그런데 이 척박한 땅에 맹꽁이가 집단서식하고 있다. 당연히 사업기간 동안 대체서식지로 안전하게 이전시켜야 한다. 생태보존은 공존의 원리이며 미래세대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박 남 수 굴포천시민모임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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