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멋들어지게 연애하기

#키스보다 깊은 열정으로 커피와 교감하며 커피 칸타타를 만들어 낸 바로크 음악의 최고봉 바흐는 커피가 천 번의 키스보다 달콤하다며 마시는 보석이라고 예찬했다.

#소설 ‘오만과 편견’의 주인공 엘리자베스를 처음 본 백만장자 다르시는 그녀가 어디 한군데 잘난 데 없는 얼굴이라고 생각했으나 사랑이 씌워지니 그 못난 얼굴은 매혹적인 검은 눈동자가 되고 경망스럽다고 생각했던 그녀의 행동은 유쾌함으로 다가와 오만한 이 남자의 온 마음을 빼앗는다.

천재음악가의 커피 애음은 경건한 교회 칸타타를 세속에 들여앉히는 위력을 발휘해 코믹오페라의 장르를 탄생시켰고, 평민 출신 여인과의 연애는 까칠한 지주를 훈남으로 만들어 고상한척하는 귀족들을 위선으로 몰아붙인다. 당혹스럽겠지만 사랑의 힘이라고 인정해주자. 대인커뮤니케이션에 사랑이 근간이 되면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엊그제 우연히 친구를 만났다. 졸업 후 20년 만이다. 결혼, 아이, 부모님, 여고동창을 만나면 으레 생기는 천박한 호기심이 끓어올랐지만 상처되는 일이 있을까 싶어 선뜻 묻기도 좀 그랬다.

 

한때 파자마 바람으로 밤을 지새우던 사이가 가시적인 대화밖에 할 수 없다는 것에 무거워진 얼굴빛이 “궁금하면 500원, 기분 좋을 땐 소고기 사먹는다”는 것쯤에서 화색이 돈다. 미디어의 힘이다.

이를 미디어의 ‘사회작용강화기능’이라고 한다. 공통의 화제를 제공해 대화를 원활하게 해주는 미디어의 순기능 중 하나이다. 그러나 텔레비전을 매개로 한 사회관계에서 깊은 교감의 대화에는 한계가 있다. 학교폭력으로 고통당하는 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가 깊은 대화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한 고견이 적지 않다.

사랑을 담은 대화는 질책도 달다. 연애만큼 달달한 소통이 또 있을까. 여자가 앉고 싶어 하는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면 남자의 손은 벌써 벤치에 깔 손수건을 준비하고 있다. 연애의 법칙이다. 사람 사이의 소통이 연애할 때의 그것처럼 다정한 콩깍지가 내장되었으면 좋겠다.

사랑과 신뢰가 근간이 될 때 연애 같은 소통이 가능하다. 아직은 넉넉하게 남아 있는 계사년, 멋있는 연애 한번 어떠신지.

 

이 미 숙 (사)한국미디어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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