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아이 기르는 문제를 많이 고민할 것이다. 양육철학이 사람마다 다르고 개별 가정마다 처한 사회ㆍ경제적 상황도 다르기 때문이다. 어떻게 키우는 것이 나와 아이,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행복할까.
10여 년 전 연구의 일환으로 한 육아공동체를 방문한 적이 있다. 공동주택에 일곱 가구가 모여 살고 있는 이 공동체는 맞벌이 가정으로 육아문제로 고민하던 지역 내 중학교 여교사 몇 분이 중심이 되어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만들면서 출발했다.
몇 년 후 아이들이 성장해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방과 후 보육문제가 생겼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래위층에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오해와 갈등도 있었고 갖가지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모여 산 지 6년이 지난 당시에는 만족하며 지내고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육아공동체의 핵심 전제, 즉 공동체 안에 있는 13명의 초ㆍ중학생 아이들을 ‘네 아이’ ‘내 아이’가 아니라 ‘우리 아이’로 키운다는 점이었다. 아이들은 서로 형제·자매로 생각하고 배려하고 양보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인터뷰 중 만난 이 공동체의 한 아버지는 “아이들이 친아버지에게 배울 점이 별로 없어도 공동체 내의 다른 아버지한테 좋은 점을 배울 수 있어서 안심이 된다”며 웃었다.
또 한 엄마는 혼자 책읽기만 좋아하는 딸이 아래층 장난꾸러기 친구와 어울리는 것을 보면서 흐뭇해했다. 간혹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 주려고 사온 과자를(우리 손자가 더 많이 먹어야 하는데) 이 아이도 집어가고 저 아이도 집어가는 모습을 보며 애를 태우기도 한다는 재미난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동체의 엄마 아빠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우리 아이가 오늘 덜 먹더라도 다음에는 달라질 수 있으며 그러면서 서로 나누고 배려하는 아이로 자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최근 함께 살지는 않아도 부모협동조합 형태의 공동육아가 늘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만 해도 39개의 부모협동어린이 집이 있으며, 부모협동조합방식으로 운영되는 방과 후 교실도 증가추세란다.
물론 이러한 공동육아 방식이 확산되는 데는 여러 가지 현실적 제약이 있을 것이고, 특정계층의 전유물이라는 우려도 있으며, 공동육아가 추구하는 철학이나 이상이 실제와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아이 키우기는 데 의미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처음에는 육아를 목적으로 형성됐지만 지금은 막연하게나마 노후까지 함께 생각하게 되었다는 10년 전 그 육아공동체의 이야기가 새삼스레 다시 생각난다.
김 영 혜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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