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람이 거세다. 예전의 기세와는 결이 다르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빠르고 거침이 없다. 미국에서 귀국하자마자 서울 노원병에 전입신고까지 마쳤다. 임전태세도 확 바뀌었다. 지상전에 투입된 보병같다.
직접 바닥을 누비기 시작했다. 신당도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언제냐는 시점만 남았지 이미 창당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안철수의 귀환은 민주당에겐 악재다. 민주당 입당 가능성에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우군일지 모르지만 아군은 아니게 됐다. 오히려 가장 껄끄러운 상대일 수 있다. 어느 여론조사에서는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30%대로 치솟았다. 반면 민주당은 10%대로 추락했다. 안풍전등화(安風前燈火). 민주당은 지금 안풍(安風)의 거대한 원심력 앞에 높여 있는 등잔불의 운명과 다를 게 없다.
게다가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은 성난 민심의 바다 같다. 지난 대선 때 호남 민심은 줄곧 안철수를 향했다. 그러다가 문재인으로 단일후보가 되자 90%가 넘는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한 좌절감과 멸시였다. 민주당의 무능과 호남홀대로 인한 상처는 더 깊어지고 있다.
호남에서는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10%이상 앞서고 있다. 이대로 가면 호남은 안풍이 태풍으로 발전하는 진원지가 될 게 틀림없다. 노무현대통령을 만든 ‘노풍’이 광주에서 만들어질 때도 그랬다.
결국 민주당의 선택의 폭은 좁아진다. 안풍이 호남에 상륙하기 전에 먼저 호남의 민심을 잡아야 한다. 노원병이 아니다. 안철수와의 ‘호남대첩’을 준비해야 한다. 전국정당화라는 명분으로 자꾸 호남을 배제하여 맘이 떠나게 해서는 안 된다. 더 정확하게는 호남의 개혁정치세력이 복원돼야 한다.
그래야만 선명하고 명확한 정치개혁도 혁신도 해낼 수 있다. 이것은 꼭 안풍때문이 아니더라도 민주당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하다. 민주당이 DJ와 노무현의 적통을 계승한다면 두 분의 정신이 호남의 개혁성에 맞닿아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에는 아직 차기 당대표론이 없다. 민주당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떤 당대표가 필요한지 최소한의 담론이라도 형성돼야 한다.
하다못해 대통령후보는 영남이 했으니 당권은 호남이 맡아야 한다는 식의 역할분담론도 괜찮다. 그런데 온통 친노와 비노라는 계파 프레임만 넘쳐나니 답답할 따름이다. 모두가 노원병만 바라볼 때 호남에서는 안풍이 태풍으로 진화하고 있다. 안방에서 바람이 일면 백약이 무효이고, 버스 떠난 뒤에 손들어야 소용없다.
양 근 서
경기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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