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외국인근로자 A씨의 일가정 양립 이야기

외국인근로자라 하면 주로 남성근로자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경기도 전체 외국인근로자 20만9천784명의 31.2%인 6만5천510명이 여성근로자일 정도로 여성근로자 비율이 높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근로자끼리 결혼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그런데 외국인근로자는 결혼이민자와는 신분이 달라서 한국에서 혼인신고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자녀가 태어나도 외국인으로 등록되어 보육이나 의료서비스 측면에서 어려운 점이 발생한다.

필자는 몇 년 전 연구와 관련하여 어떤 여성외국인 근로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몽골 출신의 31살 A씨는 부푼 꿈을 안고 외국인노동자로 한국 땅을 밟았다. 첫 1년은 언어도 문화도 낯설어서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적응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몽골 출신 근로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1년 만에 결혼했고 임신도 하여 출산을 앞두고 있어 “열심히 일해서 돈도 모으고 가족도 꾸리게 되어 하루하루가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나 임신으로 일을 계속하기 힘든 상황이 닥쳐왔다. A씨의 일은 하루 종일 화학약품 냄새를 맡아야 하는 일이었는데, 담당 산부인과 의사가 일을 중단할 것을 권고하였다. A씨는 고민 끝에 남편과 상의하여 직장을 그만두었다. 출산 후에는 남편의 비자만료기간까지 집에서 육아만 할지 아니면 아이를 몽골로 보내고 맞벌이에 나설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했다.

 

A씨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있다. 임신과 출산, 육아와 관련하여 궁금한 것이 많은데 한국어가 서툴러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결혼이민자들과 달리 산후조리를 위해 본국의 가족을 초청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우리 사회가 결혼이민자에게 갖는 관심과 외국인근로자에게 갖는 관심이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전자는 우리 사회에 정착하여 함께 살아갈 사람들이고 후자는 본국으로 돌아갈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크기도 하거니와, 이들이 자녀를 출산한다면 전자는 한국국적 아이지만 후자는 외국국적 아이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성들이 겪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문제만 놓고 생각해본다면, ‘우리나라 남의 나라’ 문제를 떠나서 기본적 인간의 권리 차원에서라도 이들 임신한 외국인근로자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마음을 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A씨를 만나 이야기하면서 인권과 모성 보호 차원에서 임신한 여성근로자의 출산을 지원하고 그에 따른 출산과 육아 관련 정보를 제공하려는 사회적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김 영 혜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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