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되는 것은 대담한 통화정책이다. 외환시장 개입을 통한 환율조작은 아니지만 엔화자금을 거의 무제한 공급하는 양적완화정책을 실시하는 것은 인위적으로 엔화 약세를 유도하는 것이다. 바로 이점 때문에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한국, 중국 등은 아베노믹스를 ‘근린궁핍화정책’으로 받아들이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이 같은 주변국의 반발을 무시하고 있다. 임기가 남아있던 중앙은행 총재를 사임시키고 향후 2%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정해 무제한의 금융완화 조치를 실시하도록 하는 등 이미 사전 정지작업을 마쳤고 최소한 금년 6월 이전에는 실행조치를 발표할 기세다.
우려되는 것은 일본은행이 본격적으로 양적완화에 나서지 않았는데도 엔화가치 약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점이다. 앞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대규모의 양적완화가 이루어진다면 추가적인 엔화가치 약세의 가능성이 커 보인다. 마침 일본은행이 7년 만에 일본은행에 개설된 은행들의 당좌예금잔액을 목표로 하는 양적완화정책을 부활시켜 작년말 48조엔 정도였던 당좌예금잔액을 100조엔까지 증가시킬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사실이라면 그동안 자산매입기금 등을 통해 풀린 금액보다 두 배나 많은 엔화자금이 추가로 풀리는 셈이다.
그러면 이와 같은 엔화가치 하락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큰 폭의 엔화 약세에 더하여 엔케리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되어 원화 강세가 유발되면 수출의존도 및 일본과의 수출경합도가 높은 우리나라 기업에 미치는 악영향이 두 배 이상 커지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는 입장이 비슷한 중국 등 주변국들과 힘을 합쳐 일본이 환율조작 목적의 부적절한 양적완화정책을 하지 못하도록 국제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아울러 세금부과 등을 통해 국내유입 단기 투기자금의 외환시장 교란을 최대한 억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역외차액선물환거래(NDF) 등 선물환거래를 통한 환투기가 재현되지 않도록 관련제도 정비에 힘써야 한다.
정부의 노력과는 별도로 기업들도 환율급변에 대비해 환변동보험, 선물환거래 등을 통한 환위험 헤지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최고경영자부터 환위험 관리비용이 필수비용이란 인식을 가져야 하며 환위험 헤지수단을 투기목적으로 악용해서는 안된다.
환위험 헤지비용을 필수비용으로 인식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키코(KIKO)사태와 엔화차입 환투기였던 엔화대출파동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수출경쟁력 저하에 대비하여 기술혁신과 원가 절감, 시장 다변화 노력에도 박차를 가해 환율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수출환경을 갖추는데 힘써야 한다. 한편 아베노믹스로 일본경제가 개선된다면 일본시장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
특히 2012년중 경기지역 기업들의 대일본 무역적자규모가 130억달러에 이르는 등 역조가 심한 상황이고 보면 지역기업들의 보다 적극적인 일본시장 확대 노력이 요청된다. ‘한류 붐’의 영향으로 일본 소비자들의 한국 및 한국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마케팅 노력만 이루어진다면 경기회복에 따른 일본 시장의 확대는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 과거 경기도 차원에서 실시한 바 있는 ‘일본 종합통상촉진단’ 과 같은 대일 수출촉진 노력을 지방자치단체 등을 중심으로 다시 계획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명 희 한국은행 경기본부 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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