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진달래꽃

달과 별이 밤새 빚어 놓은 붉은 연지곤지 바르고 선

조선 명기의 수줍은 미소

임께 보일 양 새벽부터 길가 서성이다가 들키어

홍안이 되었는가

물안개도 오금 저려 우뚝 서 버린 강변에

이슬 머금은 청초한 소녀의 입술아

내 무지는 그대 보기가 부끄럽다

남몰래 피었다 지는 생의 끝자락 한 장씩 떼어

강으로 보내면서도 웃을 수 있는 너는

누가 보낸 아름다운 영혼이냐

벌나비에게 먹이고도

내가 이리 취할 수 있음은

젊은 날 나에게 향만 남기고 달아났던

아름다운 그 첫사랑 아니냐

 

임현택

전북 고창 출생

<창조문학> 으로 등단

시집 <양평터미널> <연못에 든 달> 등 5권

한국문인협회·양평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한국본부 경기지역위원회 부회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