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스’(Balance收支,균형)라는 단어를 현실적으로 느끼게 된 것은 대학원에서 국제경제를 공부할 때였다. ‘수지’(收支)라는 개념을 배울 때 무역수지, 관광수지 등을 포함하고 있는 경상수지의 적자흑자로만 표현되었었고 산술학적인 인식의 언어였다.
그렇다면 과연 문화예술에도 ‘수지’라는 개념이 적용될까?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정의의 여신 디케(Dike)는 한 손에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고 눈은 안대로 가려져 있는데, 이는 밸런싱하면 떠오르는 모습이다. 베르메르(Vermeer.jan1632~1675)의 유화작품 ‘저울을 든 여인’에서는 임신부의 여성이 안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밸런싱하려고 하고 있다. 저울판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그 옆에 ‘진주’가 보인다.
상기의 두 가지 예가 인문학적인 밸런스로 전환되어가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주위에서 발생하는 예술과 문화, 사람들 간의 불만족에 관한 밸런스(거리감ㆍ균형)를 광의의 의미로 ‘문화수지’(Cultural Balance)라고 명명하자.
일반적인 문화수지를 쉽게 풀이하면, 싸이 열풍을 예를 들 수 있다. 싸이를 필두로 한 세계적인 K팝 열기 여파로 지난해 한국은행이 조사한 문화수지는 8천550만 달러(약 933억2천만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필자는 광의의 문화수지와 마케팅의 상관관계 및 그 현상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지방자치단체와 문화관련 산하기관이 실시하는 공연의 질과 회수(양)에 대한 시민들의 니즈(Needs)와의 밸런스다. 필자는 초기에는 공연의 횟수가 질보다 앞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마케팅의 일차원적인 목적을 공공성의 확보라고 전제할 때 이야기다.
두 번째는 지원기관이 시행하는 홍보판촉의 밸런스다. 민간기업의 영업, 조직, 마케팅을 경험한 필자로서 지자체(산하기관)의 홍보마케팅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여기에 관광 활성화란 명제가 삽입되면 해외비지니스 노하우도 필요하다. 10월 개최하는 국제축제를 한 달여 앞두고 해외방송 광고를 하는 것은 전시행정이다. 외국인이 그 광고를 보고 수원방문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광고는 행사 개시를 앞두고 지역방송, 매체, 라디오, 전단지 배포 등의 방법으로 차별화 및 특화된 홍보판촉 밸런스를 유지해야 한다.
세 번째는 민간기업 및 산하기관의 조직운영과 맨 파워(Man Power) 관련 밸런스다. 민간기업에선 ‘팔지 못하면 죽는다’라고 말하곤 한다. 신상품 개발, 단가 결정, 홍보판촉 등 일련의 제품수명주기(PLC : Products Life Cycle)의 전 과정을 혼절과 절망감을 느끼면서 최선을 다하는 기업이 생존한다.
마지막으로 지자체와 산하기관 직원 간의 밸런스다. 전문지식 및 역할분담과 관련한 밸런스는 통상적으로 문화수지에 포함되는 항목은 아니다. 지자체와 산하기관은 상호 간에 업무공유 및 지식정보에 관한 수지를 지혜롭게 나누거나 함께 활용해야 한다. 또 완장을 걸치고 위압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았나? 비굴하지 않았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저울판에 여러 장르의 문화예술을 얹어놓고 한 저울판에는 시민이나 관광객이 올라가 있는 상태로 밸런스를 조정해야 한다.
우리만의 리그가 아닌 흥행성이 있는 문화마케팅, 문화수지를 이뤄야 한다. 허접스런 힘은 좀 빼고 저울판의 반짝이는 섬광으로 베르메르 작품의 진주를 담아 보자.
김 춘 일 수원문화재단 경영지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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