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이나 시장 군수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최근 열심히 홍보하고 있는 ‘혁신교육’은 무엇인데 영어교사채용은 전혀 변한게 없냐고... 우리는 지금까지 정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사범대를 나오고 영문학을 전공한 선생님들에게 영어를 배웠다.
그런데 우리의 영어실력은 어떠한가? 영어교사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영어를 잘하는 것’이지 영문학을 전공하고 정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다. 영어통역은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것이지 영문학을 전공하거나 교사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다.
자격증 관계없이 누구나 기회줘야…
나는 지금까지 영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영어를 잘하는 경우를 별로 보지 못했다. 영문과 출신은 영어를 잘한다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영문과 출신들도 인정하는 바이다. 요즘은 외무고시를 보지 않아도 외교관이 되고 박사학위가 없어도 실무를 인정받아 대학에서 강의할 수 있는 시대다.
적어도 혁신교육도시라면 초등 영어교사든 중고교 영어교사든 영어교사를 채용할 때는 ‘자격증’에 관계없이 누구나 영어교사가 될 기회를 주고 엄정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영어교사를 뽑는데 내 아이를 잘 가르칠 실력과 인품을 갖춘 사람을 뽑아야지, 실력보다 자격증 갖춘 사람을 선호하여 실력있는 많은 이들에게 아예 기회조차도 박탈해 버리는 것은 국가적인 손해이다.
여전히 교사자격증 운운하며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영어교사를 뽑으려면 ‘혁신’이라는 말을 외치지 말라. 제발 자격증에 얽매이지 말고 맑고 밝은 성격에 올바른 마인드, 출중한 영어실력과 창의력을 갖춘 영어교사를 뽑았으면 한다.
영어교사를 채용할 때는 서류전형을 없애고 아이들 반에 들어가 영어로 수학도 가르쳐보고 과학도 가르쳐 보는 시험을 봤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갖가지 질문을 한국어로 받아내는 과정도 거쳤으면 좋겠다. 이런 선발과정은 어느 학교를 나왔나, 어디서 공부했나와 관계없이 제대로 공부한 사람은 통과할 수 있는 과정이기 때문이고 이것이 진정한 평등이기 때문이다.
nose라는 단어가 나온 김에 ‘선생님! 코딱지는 뭐에요?’하고 아이들이 물었다고 치자. 대부분의 선생님은 대답이 궁하면 ‘책에 있는거나 제대로 알아라’ 하고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자기가 모른다고 화내는 선생님이 아닌, nose나 eyes가 나왔다면 코와 눈 이외에 코딱지, 콧털, 콧잔등, 비염, 쌍꺼풀, 눈동자까지 같이 공부할 수 있는 선생님을 꿈꾸는 것은 과연 꿈일까? ‘혁신적’ 선발과정으로 뽑힌 영어교사들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출충한 실력ㆍ인성 갖춘 교사 뽑았으면
‘혁신교사’들이 영어로 된 동화 ‘플란다스의 개’를 아이들과 같이 읽으며 플랑드르 지방은 어디에 있고 왜 유명한지를 공부하고, 네로가 보고 싶어했던 17세기 플랑드르 회화의 거장 루벤스의 그림을 함께 보며 미술을 이야기하면 얼마나 좋을까? 영어가 미술이 되고 역사가 된다.
그것이 진정한 통합교육이며 혁신교육이다. 한 도시의 시장을 선택하려면 올바른 판단력과 명석함을 따져야지, 시장후보의 조건이 ‘도시행정학을 전공한 자’라면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최 인 혜 오산시의원 국제관계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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