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분리된 보호보다 함께하는 삶

만물이 소생하고 봄꽃이 앞다퉈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계절이다.

계양산 자락뿐 아니라 2014년 인천 아시아 경기대회라는 큰 행사의 개최를 앞두고 분주한 준비를 진행 중인 우리 인천은 도시 전체가 지난 몇 년간 국제도시의 면모를 갖추며 매우 분주하고 활기찬 잘사는 도시로 변해 가고 있다.

이렇듯 도시가 잘살게 된다는 사실이 개인의 복지를 보장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우리 인천에서 인구 10만 명당 32.8명이 스스로 세상을 떠나고 있어 광역도시 중 자살률 1위의 도시라는 불명예를 하고 있다는 것과 특히 65세의 노인 자살률은 더욱 심각해 노인인구 10만당 73.6명의 노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말이다.

여러 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자살을 결정하는 이들이 마지막으로 하는 생각은 자신의 곁에는 아무도 없으며, 아무도 자신의 어려움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이라고 한다.

즉 자살을 결정하는 결정적 원인은 고립과 외로움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의 정책은 인간에게 있어 생명을 유지하게 하는 독립된 시설의 설치 등 물리적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그 인프라가 시민들 관계의 유지 내지 새로운 관계의 형성을 위한 장치로 작용할 수 있도록 고안돼야 한다는 것이다.

몇 해 전 사회복지 지도자들과 일본연수를 다녀온 경험이 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삿포로 시에 있는 안데르센 마을이라는 곳이다.

그 동네는 원래 온천지역이라 다른 산업이 발달하지 못해 젊은이들은 일터를 찾아 마을을 떠나가고 건강이 쇠약해지는 노인들은 시설로 보내져야만 했다.

이때 한 기업가가 노인을 위한 사회적 서비스 기업과 학교를 이 마을에 유치해 노인과 젊은이가 만나고 세대 간의 소통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이 안데르센 마을 안에 있던 목욕탕은 다양한 문화와 만남이 있는 종합문화공간으로 변했다.

노인들을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시설로 보내지 않아도 낮에는 사회적 기업이 운영하는 주간보호센터나 그룹홈을 이용한다.

이 목욕탕은 지역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 어르신들이 지역과 분리되지 않는다.

또한, 그 공간에서 일할 젊은이를 양성하기 위해 이 마을 안에 대학교운영을 시작했다.

케어복지과 , 사회복지과, 물리치료과, 간호과, 진단 방사선과, 정신보건복지과 등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실습과 훈련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가지 않고 이 마을의 시설 곳곳에서 실습과 봉사를 하며 마을 어르신들과의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정서적 소통을 하는 관계를 만들어간다.

어르신들에게는 생활의 현장이요 학생들에게는 배움의 현장이며, 지역주민에게는 직업과 생활의 현장이 된 것이다. 어르신을 분리해 보호하거나 돌보려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거나 연장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도시의 모든 세대가 모여 있는 그곳에 어르신도 함께 어우러져 생활하실 수 있도록 배려돼질 때 비로소 어르신의 삶이 생겨나고 자발적으로 그 삶을 유지 하고 싶어지는 것이 아닐까?

우리 계양산에도 도심의 젊은이들과 가족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계양산 어느 한 자락에 어르신을 위한 시설들과 학교, 가족 공간 아동 공간 등이 함께 있고 젊은이와 소통하고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으며 어르신은 자신들이 가진 것으로 지역을 위해 봉사하거나 이바지할 수 있는 일거리를 배치해 안데르센 마을처럼 젊음과 격리되지 않고 어우러져 함께 살아감으로써 어르신의 삶이 풍요로운 마을을 꾸며보면 좋을 것이다.

조 현 순 경인여자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