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출장지에서 순직한 공무원 안수현

공무원 안수현은 투박하다. 세련됨과는 애초부터 거리가 멀다. 추울 땐 군청색 점퍼, 더울 땐 체크무늬 와이셔츠가 다다. 늘 웃는 얼굴에 결코 사람 싫다는 표정을 짓는 법이 없다. 10여 년 전 공보실 주무 계장으로 근무할 때도 그랬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기자들이었지만 그에겐 모두가 형이고 동생이었다.

‘기자실 관리’라는 본연 임무에 몸을 사린적이 없다. 기자실의 모든 요구와 불만의 총알받이는 늘 그였다. 하루에 몇 번을 기자실에 불려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결론은 항상 같았다. “에이, 그만하고 ○○○(중국 음식점)이나 가.” 언론인들의 기억 속에 그는 ‘투박하고 인정 넘치는’ 구시대 공무원의 마지막 세대였다.

그런 안수현씨가 11일 순직했다. 평생직장이었던 경기도에서가 아니다. 인연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었을 중국에서다. 경기도인재개발원장 자격으로 출장 중이던 산둥성 행정학원 내 숙소에서 숨졌다. 6일간의 출장업무를 모두 끝내고 귀국하기로 돼 있던 날 아침이었다.

부하직원 A씨는 “아침 식사를 위해 원장님을 깨우러 갔는데 인기척이 없어 확인해 보니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고 전했다. 도는 안씨의 사인을 급성 관상동맥증후군(Acute coronary syndrome)이라고 밝혔다. 의학적으로 흡연, 비만,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 등이 위험인자다. 이런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이 과격한 운동이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런 비보를 접할 때마다 함께 전해지는 안타까움이 있다. 좋지 않은 건강에도 불구하고 일에 파묻혀 지내다가 화를 당했다는 곡절이다. 그도 지난해까지 경기도청의 꽃이라는 자치행정국장직을 수행했다. 그러던 중 정기인사에서 경기도인재개발원장으로 옮겼다.

건강이 좋지 않았고 후임에게 자리를 터주기 위한 본인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였다. 하지만 경기도인재개발원 역시 많은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업무를 피해가지 않았다. 결국 청와대 고위 공무원이 출장지에서 여성을 추행해 세상이 발칵 뒤집혔던 11일, 그는 출장지 중국에서 힘들었을 공직의 마지막 인사(人事)에 서명했다. 부고(訃告) 안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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