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벚나무 나이테

이 아침

벚나무 한 그루 창가에 섰다 지난 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허공에 날리던 꽃잎들

제 살점 공중에 사정없이 풀어버린 몸의 춤,

그 꽃잎 다 날리도록 기다려주던

나무의 숨 멈춤

입은 옷 다 벗어던지고

바람이 밀어내고 햇살이 거두어가고

비로소 처음의 몸피, 가지런히 드러냈다

고즈넉한 한 그루 나무로 섰다

짧은 사랑을 다 털어내었다

벚나무 나이테, 하나 더 늘었다

 

장순금

부산 출생.

1985년 <심상> 으로 등단.

동국대학교 문예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시집 <골방은 하늘과 가깝다> 등 6권 출간.

동국문학상한국시문학상 수상.

한국가톨릭문인회 사무국장, 한국시인협회국제펜한국본부목월포럼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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