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전문가들과 언론에서는 연일 일본의 최근 시장상황 급변 원인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 동안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너무 급격하게 오른데 대한 이익실현 차원의 조정이라 의견에서부터 주가 상승기에 보이지 않았던 부정적인 요인 즉 홍콩 중국경제의 둔화 우려와 미국의 양적완화규모 축소시 외국인투자자금 순유출 가능성 등이 제대로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라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그 중 가장 설득력이 있는 분석은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을 총동원하여 투자를 늘리고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려는 아베노믹스가 실패할 수도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5월23일 시장의 이 같은 불안에 불을 지핀 것이 바로 일본 장기국채수익률 급상승 뉴스였다. 5월초만해도 0.5%대에 머물고 있던 10년물 국채수익률(시장금리)이 급상승하여 일시적으로나마 1%를 넘어섰던 것이다. 그것도 전일 일본은행 총재가 장기금리의 급상승을 방지할 수 있다고 발언한지 하루만에 급상승하였으니 시장의 불안은 극도로 커졌다. 일본은행이 막대한 자금을 풀어 국채발행액의 70%이상을 매입하고 있음에도 장기국채금리가 당국이 통제할 수 없는 속도로 상승할 수도 있다는 점은 쇼크였다.
이미 알려진 대로 일본 중앙정부의 채무규모는 2012년말 현재 일본 GDP의 약 210%수준인 1000조엔에 육박한다. 한해 예산중 일반 조세수입의 절반이상을 채무이자로 지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체 채무의 77%를 차지하고 있는 중장기국채의 금리가 급상승한다면 일본의 재정이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이 큰 것이다.
일본정부가 2015년 10월 까지 소비세율을 현행 5%에서 10%로 인상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국채금리가 급상승하면 할수록 불안감은 높아진다. 국채를 대량 보유한 금융기관과 외국인투자자들의 평가손실이 눈덩이처럼 증가하여 금융시스템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고 투자자들의 국채시장 이탈을 불러와 국채발행을 통한 일본정부의 세수 부족분 보전이 어렵게 될 수 있다. 중앙은행이 국가채무를 떠안는 부채의 화폐화로는 오래 지탱할 수 없다.
테일리스크(tail risk)는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일단 발생할 경우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말한다. 2008년 금융위기중 신용평가회사가 AAA로 평가한 채권이 부실화되어 휴지조각이 된 것이나 유럽의 선진국이었던 그리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에서 채무위기가 발생한 사실 등은 테일리스크가 현재화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현재 3조달러에 달하는 순채권국이다. 이 때문에 미국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여 리스크자산에 대해 투자를 꺼리는 상황이 되면 엔화자산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어 수요가 몰린다. 그러나 아베노믹스가 막대한 유동성만 늘린 상태에서 흐지부지 끝나게 된다면 경제회복은 되지 않으면서 물가와 금리가 상승하여 일본경제가 더욱 파탄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일본의 최근 상황을 보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금융시장이 일본발 테일리스크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명희 한국은행 경기본부 부본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