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성남이 피곤하다

이용성 지역사회부장 ylee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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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이 피곤하다

애써 외면하고 피로회복제를 들이키고 들이켜도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피곤함에 푹 빠져 있다.

‘행복한 도시, 시민이 살기 좋은 성남시’라는 이미지가 언제부터인가 반목과 갈등, 폭로, 난타전, 파행, 대립 등 온갖 짜증 나는 단어로 도배됐다. 이런 피로감의 진원지는 성남시의회다. 2010년 6.2지방선거 이후 출범부터 삐걱거리던 성남시의회는 회의 한번 제대로 열지 못하고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파행의 연속이었다.

사안마다 당리당략에 따라 양쪽으로 나눠 다툼이 있던 시의회는 올해 초 정점을 이뤘다.

새해 벽두에 불거진 준예산사태의 경우 주요안건 처리를 놓고 당시 민주통합당과 설전을 벌인 새누리당이 끝내 등원을 거부, 해를 넘겨 예산을 의결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 아무런 대안 없이 시정에 차질이 빚어지자 시민들이 집단 퇴장하는 시의원들을 막아서면서 겨우 일단락되는 어이없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3월에는 1회 추경이 지연돼 의결된데 이어 5월에는 2회 추경안까지 파행으로 얼룩져 현안사업을 의결하지 못한 채 마감, 엉뚱하게 시민만 피해를 입었다.

이런 자폭정치의 발단은 여야로 나뉜 채 이권 개입 의혹 등 폭로전과 난타전으로 이어지고, 징계안 결정 및 처리순서의 입장차 등 사사건건 마찰을 빚은 데 있다. 시의회의 존재 이유가 시민이 아닌 그들만의 리그였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게다가 최근 동료 의원에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욕을 하는 바람에 본회의장에서 공개사과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발생하며 시의원의 자질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시민들을 더욱 경악케한 것은 시의회의 파행에 대한 차가운 시선에도 불구, 시의회가 의안심의는 뒷전에 두고 돌연 해외연수부터 챙긴 것이다. 이들 시의원 10명은 지난 11일부터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 3개국 연수를 떠났다. 시민과 직결된 사안은 뒷전에 두고 해외연수를 떠난 시의원이 과연 시민들의 표를 받고 당선됐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처럼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인 성남시의회의 파행 의정은 관련된 각종 고소고발사건과 소송에서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무려 20건에 가까운 각종 고소와 소송사건이 종료됐거나 수사와 심리가 병행 중인 상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런 법적 다툼들이 당사자들인 의원들뿐만 아니라 분을 참지 못한 주민들이 앞다퉈 제기한데 있다.

물론 성남시의원들 전체가 파행 의정에 모든 책임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성남시를 사랑하고 지역발전에 안간힘을 쓰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성남시의회가 보여온 파벌주의와 욕심에서 비롯된 납득할 수 없는 대립 속에서 성남시민들의 감정은 고려되지 않았다.

의회의 존재 이유는 간단하다. 시민들의 요구와 갈망을 모아 집행부를 견제하고 올바른 시정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성남시의회가 출범 이후 보여준 태도는 말 그대로 시민의 목소리는 없었고 의원 개인과 당의 목소리만 존재했다. 하지만 아직 늦은 것은 아니다. 2014년 6.4지방선거가 채 1년도 안 남은 지금이라도 성남시의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는 깊이 숙고해야 한다. 상대를 배려하고 경청하는 성숙한 모습도 보여야 한다.

시민들이 시의원들에게 무조건 표를 주는 시대가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시민들을 피곤하게 한 시의원에게는 냉정한 평가가 분명히 내려질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유권자의 힘이기 때문이다.

 

이용성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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