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상인·농민들 “이른 무더위에 장마까지… 야속하다”

상인들 깊은 시름…

생선 등 신선도 유지 얼음가격 만만치 않아

아케이드 미설치 시장… 손님 발길 줄어 한숨

장마가 시작되면서 전통시장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예년에 비해 빨리 찾아온 무더위로 가뜩이나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든데다, 때이른 장마까지 겹쳐 매출 부진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눈과 비 등을 막는 아케이드가 설치되지 않은 시장 상인들은 아무리 상품 가격을 저렴하게 하고, 손님을 끌기 위해 노력해도 대형마트로 향하는 손님들의 발길을 막을 수 없다며 푸념을 늘어 놓았다.

17일 오후 1시께 수원시 팔달구 화서시장. 약 480여개의 점포가 밀집해 있는 이 곳은 장마를 앞둔 찌푸린 날씨만큼이나 상인들의 표정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이 곳 상인들은 지난 5월부터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직접 돈을 걷어 시장 전체에 착안망을 설치했다.

햇볕을 조금이라도 가려 손님들이 시장을 찾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날은 장마가 시작되는 탓에 평소보다 제법 선선한 날씨였음에도 시장 안은 손님들의 흥정소리보다는 한 명이라도 더 끌려는 상인의 외침만 가득했다.

채소와 과일과게를 운영하는 김모씨(60ㆍ여)는 “올해 더위가 일찍 찾아와서 손님이 지난해보다 절반가량 줄었는데, 장마에 태풍까지 오면 농산물 가격도 급등해 마진도 30%가량 더 줄어들텐데 걱정” 이라고 했다.

수산물을 취급하는 상인들은 올해같은 무더위가 더욱 야속하기만 하다. 생선이 상하지 않도록 넣는 얼음 가격만 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수산물 상인 김모씨(43)는 “지난해 이맘때에는 얼음 2㎏ 5포대를 사용했지만, 지난 5월부터 8포대씩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드는 비용만도 한 달 84만원에 달한다”고 했다. 이어 김씨는 “비가 오고 태풍이 부는데 누가 시장에 나오겠냐”며 “올해 장사는 그냥 공쳤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은 인근의 파장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상인 오모씨(71ㆍ여)는 “올해는 아무것도 도와주는 게 없네”라며 얼굴을 찌푸렸다. 채소와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오씨는 “지난 5월부터 하루 매출이 5만원이 안될 때가 허다하다”고 털어놨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5일 전에 들여놨다는 호박 20개중 판매되지 않은 5개가 가판대에 남아 있었다. 오씨는 “다른 시장들은 비를 막아주는 설치가 돼 있던데 그것마저 안돼 있으니 찾는 사람이 있겠냐”며 씁쓸해 했다.

도내 한 시장상인회 관계자는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이 진행되지 않은 시장에도 사업이 빨리 추진돼 날씨로 인해 시장이 침체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기지역 전통시장 188개 중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으로 아케이드가 설치된 시장은 전체의 26%에 달하는 49곳이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농민들 장마대비 전쟁

축산농가 사료용 볏짚 정리하고 선풍기 준비

포도밭 비가림막 설치ㆍ논두렁 관리 등 분주

경기지역 전역에 때 이른 장마가 예고되면서 도내 농가마다 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이른바 장마대비 전쟁에 나섰다.

17일 오후 1시께 시흥시 금오동 한우농가. 농장주 박경호씨(60)는 산더미처럼 쌓아올린 볏짚을 정리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부터 장마가 시작된다는 소식에 축사 옆 공간에 소 먹이 용으로 쌓아둔 볏짚을 부랴부랴 비닐로 덮어씌우고 있었던 것. 3m 이상으로 쌓인 볏짚 10t을 비닐로 씌운 후 줄로 단단히 동여매는 박씨의 이마에서 땀이 배어 나왔다.

26㎡ 부지에 축사를 두 동으로 나눠 한우 38두를 사육하는 그는 “사료가 비에 맞아 변질되기라도 하면 고창증 등 각종 질병이 발생하기 쉽다”며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쉴틈도 없이 박씨는 축사 천장에 매달린 선풍기를 고치느라 바삐 움직였다. 비가 내리더라도 날이 후덥지근해 선풍기를 종일 틀어둬야 하는 데다 빗물이 닿아 누전이라도 생기면 자칫 축사에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날이 개면 급격히 더워질 것에 대비해 추가로 설치할 선풍기 두 대도 미리 사뒀다.

박씨는 “소 값이 떨어지고 비료 값이 올라 올 초 한우 사육두수를 절반으로 줄였다”며 “가뜩이나 어려운데 장마 영향마저 받으면 큰일”이라고 말했다.

인근 1천650여㎡ 부지에서 포도나무 150주를 재배하는 황경옥씨(54ㆍ여)도 바쁘긴 마찬가지.

장마에 앞서 비가림막을 설치하고 잡초가 마구잡이로 뻗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바닥에 700여m에 달하는 보온덮개를 깔아야 하기 때문이다.

황씨는 “장마 기간 중 알을 솎고 포도 송이마다 봉지를 씌우려면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전에 비닐 지붕을 씌워야 하기 때문에 손이 열 개라도 모자라다”고 설명했다.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에서 논농사를 짓는 문상복씨(61)도 빗물에 논두렁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8만2천600여㎡ 비닐로 씌우는 작업을 하는데 하루를 꼬박 다 보냈다.

한편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이날 집중호우에 대비하라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경기지역 1천600여 농가에 보내고 농축산물의 철저한 관리를 당부했다.

경기도농기원 관계자는 “장마철 관리가 소홀하면 농축산물에 미치는 피해가 상당히 커질 수 있다”며 “노후화된 시설은 수시로 안전점검을 하고 침수피해 우려가 되는 농기계는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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