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업체 사장서 택시기사 변신한 전장현씨
“다양한 사람과 나누는 진솔한 대화로 삶의 활력소를 찾습니다.”
노년계층의 재취업이 사회이슈로 대두한 가운데, 국내 중견기업체에서 임원을 거쳐 CEO를 역임한 전장현씨(61)가 택시운전사로 제2의 삶을 누리고 있어 화제다.
전씨가 핸들을 잡게 된 배경에는 남다른 사연이 숨어 있다. 지난 1980년 초 잦은 일본 출장길에 시간도 쪼개 써야 할 만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 MK택시로 급히 이동할 때가 잦았다고. MK택시는 한국인 창업주가 세운 일본 굴지의 택시회사다.
전씨는 택시에 올라 내릴 때까지 MK소속 택시기사의 몸에 밴 친절과 승객을 배려하는 자세 등을 유심히 살필 수밖에 없었다. 감동을 넘어 MK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택시기사의 태도는 전씨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특히 MK 소속 택시기사 가운데 고위관료와 CEO 출신도 많다는 소식을 듣고는 적잖이 놀랐다.
‘친절ㆍ배려’ 日 MK택시에 감명
퇴직 후 진로 결정 계기 삼아
“택시 서비스 질ㆍ품격 높일 것”
일본에서의 기억은 후일 전씨의 퇴직 후 진로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전씨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것도 중요하지만, 정년에 대한 부담도 없고 내가 편한 시간에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후배들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25년 근무했던 정든 일터에서 조금 일찍 떠나 택시를 선택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택시를 운전하려면 3년 무사고 경력이 필요, 이를 해결하고자 전씨는 영업용 트럭을 구입해 특별수송 지입으로 3년간 무사고 운전기간을 거쳐 그가 바라던 개인택시 운전면허를 취득하게 됐다.
전씨는 단순한 돈벌이를 넘어 운전기사들이 지켜야 할 서비스 정신에 대한 교육 그리고 승객을 대하는 자세와 마음가짐과 옷차림, 대화 등을 통해 자신의 품격을 높일 기회를 마련하고 싶은 포부도 갖고 있다. 하지만, 간혹 취객들의 당혹스런 행동에는 난감할 때도 많다는 전씨는 택시기사의 기존 편견을 벗고 서비스의 질과 품격을 높이는데 앞장설 계획이다.
잔잔한 클래식과 향긋한 실내공기가 1평 남짓한 공간을 채우는 전씨의 택시는 오늘도 행복을 싣고 사랑을 전달하고 있다.
안산=구재원기자 kjwo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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