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능소화

후드득

간 밤 소나기에

목을 통째로 꺾어

진주성 에워싼 성곽 바위에

몸 던진 능소화

몇 겁 생을 건너와

단 한 번 너를 사랑한 죄로

새로이 아프고 아픈 꽃송이

옥색 안개 헤치고

분향 하는

까치새 한 마리

연지색 소곳한 꽃송이에

검은 점 점 바늘땀 박으며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연푸른 소매는 한없이 길어

먼하늘 별을 캐는

산홍* 아씨

영혼이 꿰찔린 가슴 가슴

단 한 번 사랑한 죄로

유월에 꽃이 진다

* 산홍 : 진주 관기

도경회

경남 산청 출생.

<詩의 나라> 로 등단.

시집 <노래의 빛> <외나무다리 저편>

진주문인협회ㆍ국제펜한국본부 회원.

현재 경상대학교병원 수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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