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백색소음과 알파파

본격적인 여름휴가를 떠나기 위해서는 우선 지루한 장마의 시기를 건너야 한다.

문학작품이나 가요에 나오는 봄비나 단비, 가을비를 소재로 한 작품이나 노래는 미사여구를 통해 많이 접할 수 있는 데 비해 ‘장마’라는 이른바 여름 비라는 말은 그리 많이 쓰이질 않는다. 누구나 한 번쯤은 비에 흠뻑 맞았던 기분 좋은 추억, 또는 가슴 아린 기억도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른바 장마철 시원한 빗줄기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소리는 대표적인 백색소음 중의 하나이다. 백색소음이란 넓은 음폭을 가진 소음으로 주변소음을 흡수해 안정감을 주고, 더 나아가 집중력을 높여 마음을 안정시키는 소음으로 주로 파도소리, 바람 소리, 진공청소기 소리 등 각종 주파수 음을 합쳐놓은 소음이다.

이에 비해 컬러소음은 특정 음의 높이를 유지하는 소음이다. 흔히 말해 듣고 싶지 않은 소음 그 자체인 것이다. 뇌파도 알파파와 베타파로 크게 나뉘는데 안정적인 상황일 때 발생하는 뇌파인 알파파는 백색소음을 들을 때 주로 발생하는데 비해 베타파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한 경우 발생하는 뇌파이다.

최근 사회복지공무원에 대한 근무환경적인 요인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달 초 대검찰청 형사부 대변인실에서 발표된 내용을 보면 사회복지전달체계 교란사범에 대한 엄단한다는 내용이 발표되었다. 최근 사회복지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폭언이나 욕설 등 언어적 폭력의 경우 조사대상자의 92%가 경험을 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각 지방 자치단체에서는 CCTV 설치나 녹음기능의 전화기 보급, 상담실 내의 응급 벨 설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분명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나마 심리적인 안정을 주고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던가? 사회복지 행정의 최일선에서 감정노동으로 전락한 창구에 앉아 도와주고도 좋은 소리 못 듣는다는 사회복지 업무. 컬러소음에 베타파로 인한 스트레스로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본격적으로 시행될 맞춤형 복지급여 체계를 앞두고 불가역성의 명제가 떠오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상대적 빈곤의 상처를 고스란히 떠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 또 얼마나 많은 컬러소음과 베타파가 우리의 마음을, 몸을 아프게 할까. 칭찬과 격려를 통한 백색소음을 최일선 사회복지 현장에서부터 만들어 가는 것은 나만의 사치스러운 생각일까?

선수경 한국사회복지행정 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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