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장대비 오는 날

누가 나뭇잎 푸른 손 흔들어

날 오라 부르나

누가 풀잎 가슴 풀어헤쳐

날 부르나

유리 속에 갇힌 짐승 나를

포효도 잊어버린 나를

누가 자꾸 손짓해 숲으로 가라 하나

저 빗줄기 속에 몸 섞어 풀뿌리 되라 하나

잔뿌리 실뿌리 얼크러져 무너지는 땅

몸으로 감싸 안으라 하나

먹이만 던져주면 배부른 나를

배부르면 젖은 땅 어디서나 잠드는 나를

잠들면 구겨져 꿈도 꿀 줄 모르는 나를

앙상한 손가락을 펴고

동강난 뼈마디로 흔들어 깨우나

굵은 장대로 등허리 후려치며

지금은 잠들 때가 아니라 하네

아직은 잠들어서 안 된다 하네

아, 누가 있어 온 몸 후려치면서.

이혜선

경남 함안군 출생.

<시문학> 으로 등단. 문학박사.

시집 <바람 한 분 만나시거든> ,

평론집 <문학과 꿈의 변용> 등 다수.

한국현대시인상ㆍ동국문학상 수상.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역임.

한국문학비평가협회 부회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