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무더운 여름에는 언제나 민원실로 오세요

정부의 ‘에너지이용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의거 공공기관의 실내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경기도 언제나민원실은 위 규정의 예외조항에 근거하여 내방객들에게 다소라도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2도 낮은 26도 선을 유지하고 있다.

26도가 크게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전력사정을 감안하여 정부가 정한 여름철 적정온도다.

민원인들 덕택에 시원한 곳에서 근무해 감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찜통더위와 고투하는 다른 사무실 동료 공무원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언제나민원실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365일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민원인들이 비교적 적게 방문하는 주말과 야간에 공간과 에너지 효율을 최대한 높이고자 민원실을 민원사무 뿐 만 아니라 다목적으로 도민들에게도 장소를 제공하고자 한다.

먼저 더위에 취약한 노약자와 살림살이로 고단한 주부들이 무더위 쉼터로 활용하실 것을 제안한다.

평일 야간과 주말에 방문하면 장기와 바둑게임을 할 수 있으며, 품질 좋은 중형 LCD TV로 드라마도 볼 수 있습니다. 북카페가 있어 다양한 책들도 읽을 수 있다.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사전’등을 읽으면서 자아를 성찰하고 창조적 생각을 키워보자.

삼성경제연구소가 추천한 ‘CEO가 휴가 때 읽을 책 14권’도 곧 비치할 예정이다. 민원인용 컴퓨터로 인터넷 검색, 사이버 학습, 문건 작성을 할 수 있다. (컴퓨터 게임은 곤란). 어린 아이들이 더위에 짜증나면 데리고 오시라. 어린이 놀이방에 ‘뽀로로와 그의 친구들’ ‘토마스’같은 인기 장난감과 ‘흥부와 놀부’ 같은 이야기를 소리로 들려주는 동화책들이 준비됐다. 초중학생들의 학습도 도와준다.

민원실은 올해 상반기 동안 콜센터 상담원 교육장을 활용해 야간과 주말에 초, 중학생을 대상으로 영어, 중국어, 수학 세과목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학생들과 학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저의 외국 친구 네 명을 비롯해 모두 아홉 명이 교사로 봉사하고 있다. 집안이 더워서 공부가 힘들거나 질문이 있으면 언제든지 민원실을 방문해 달라. 공부방 선생님들이나 해당 과목을 전공한 공무원들로 하여금 가르쳐 준다. 야간과 주말에 민원인 상담실에서 간단한 소그룹 미팅도 가능하다.

주차가 용이하고 실내가 조용해 여러 모로 편리하고 경제적으로도 절약돼 만남의 장소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생업에 종사하느라 미처 상담을 하지 못하시는 분들은 야간과 주말에 언제든지 방문하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다. 조용하고 찾아오는 민원인이 적기 때문에 주간보다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 민원실에서는 공무원들이 근무하지 않는 야간과 주말에도 민원실 공무원들이 상담해 드릴 수 있도록 최근에 도정 전반의 주요 사무를 정리한 ‘언제나민원실 민원사무매뉴얼’을 제작했다. 저도 매주 수요일 자정을 전후해 1시간 동안 전화나 방문상담을 하고 있다.

“고민이 있으신가요? 무더위에 지치셨나요? 조용한 곳에서 차분한 독서나 과제물 작성을 원하시나요?” 경기도 언제나 민원실을 방문하면 정다운 공무원들과 1만6천본의 살아있는 식물, 그리고 귀여운 장난감들이 여러분들을 반갑게 맞이할 것이다.

실내온도 26도면 견딜 만한 온도지만, 그래도 더우시다면 부채도 제공한다. 민원실 직원들이 곳곳에서 잠자는 갖가지 부채 1천개를 수집했다. 언제나 민원실은 경기도청 안에 있다. 밤새 창문이 밝혀져 있으며, 주야로 임을 기다리는 마음을 상징하는 전통외등(外燈)이 출입문 입구에 환하게 켜져 있는 하얀 2층집이다.

이세정 경기도언제나민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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