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올 여름 휴가에는 달구지를 타 보자

아련히 어릴 적 시골에서 자라던 추억을 떠올려본다. 지금 4, 50대 중장년층들이라면 어린 시절 한번쯤은 달구지(소나 말이 끄는 짐수레)를 타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당시의 달구지는 논밭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운반하는 것은 물론 산에서 모은 땔감을 싣고 올 때도 이용하였다. 또한 집에서 나오는 거름을 논밭에 실어 나를 때도 없어서는 안 될 기특한 물건이었다. 종종 달구지를 타고 일을 나가시는 아버지를 따라 달구지에 올라탄 적이 있다. 그 시대 농촌에서는 달구지보다 더 좋은 운반 수단은 없을 때였다.

60년대 초반부터 농업이 발전하면서 달구지는 서서히 사라지고 경운기라는 동력 기계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사람이나 소가 하던 일을 서서히 기계에게 넘겨주기 시작한 시기였다. 경운기가 처음 농촌에 보급됐을 때 딸딸딸 거리는 엔진소리 때문에 ‘딸딸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딸딸이’ 경운기는 일도 잘 하고, 타고 다니기도 편해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는 인기 만점이었다.

농기계가 보급되기 시작한 계기는 농촌 인구가 도심지로 빠져나가면서 농촌 공동화 현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즉, 산업화로 인해 농촌에 일손이 부족해지면서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을 보면 기술의 발달은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농촌의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것을 대처하기 위한 기술이 필요했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연구 개발이 시작된 것이다.

80년대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대표적인 농기계는 현재에도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농업용 트랙터이다. 운반 수단으로 이용되거나 작업자가 걸으며 논밭을 가는 경운기에 비해 기계에 타서 모든 작업이 가능한 트랙터는 농업기계화의 새로운 혁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때에는 걷는 농기계에서 타는 농기계로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였다. 모내기는 보행형 이앙기에서 승용이앙기로, 벼 수확은 바인더에서 콤바인으로 발전하는 시기였다.

트랙터는 농업에서뿐만 아니라 관광지에서 운반 수단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놀이공원에서 사랑 받고 있는 코끼리 열차의 동력원으로 힘이 좋은 트랙터가 많이 쓰인다. 또한 농촌 테마마을에서는 트랙터, 콤바인, 이앙기 타기 체험행사를 통해 농촌생활이 생소한 도시 아이들에게 재미는 물론 농촌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농기계는 처음 농촌에 도입됐을 때는 열 장정 못지않은 노동력을 제공하고, 시골 아이들에게는 과학기술의 신기함을 전했다. 그리고 지금은 농촌에서의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할뿐만 아니라 찾아오는 여행자들이 즐길 수 있도록 놀이기구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지금은 한창 여름 휴가철이다. 산, 계곡, 바닷가로 연인끼리, 친구끼리, 가족끼리 여름휴가를 떠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하나의 여행지로 자리 잡은 농촌에도 많은 여행자가 찾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 선도 마을에서는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폐교를 리모델링해 펜션으로 만들거나, 마을 공동건물을 숙박시설로 활용하기도 한다. 여기에 농기계를 더해보는 것은 어떨까? 도시 아이들은 농기계로 일하는 모습을 보며 농업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또 농기계를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타 보는 것이 농업과 농촌에 대한 친근감을 더해줄 것이다.

농기계는 짧은 시간 동안 거듭 발전해왔고 많은 변신을 해왔다. 농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작업도구에서 농촌과 도시를 친근하게 이어줄 수 있는 연결고리로서의 농기계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앞으로 심신의 힐링을 위해, 새로운 체험을 위해, 옛 추억을 되새기기 위해 농촌을 찾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들에게 농기계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 그것은 ‘다이내믹 농촌’, ‘농촌 어드벤처’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기회도 될 것이다.

김유호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수확후관리공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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