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新동력은 창조인]남민우 청년委ㆍ벤처기업협회장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벤처DNA’를 전파한… ‘벤처 1세대’

올 상반기 가장 ‘핫’ 한 인물을 찾아야 한다는 중압감은 밥맛 마저도 잃게 했다. 늘 그랬듯이 편집국에 스무시간 가까이 켜져있는 텔레비전 앞을 지나는데 새정부 대통령 자문기관인 청년위원회 첫 회의가 열렸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청년? 단어만 들어도 힘이 솟는다. 저절로 발걸음이 멈추는 동시에 일순간 위원회를 대표하는 이가 누군지에 관심이 쏠렸다.

위원장은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51)이다. 그는 ‘벤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벤처 DNA를 전파한 벤처 1세대이자 인터넷 통신 장비업체 1위 기업 다산네트웍스를 이끌어가는 ‘성공한 기업가’ 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국가공공데이터오픈 포럼의 대표의장이기도 하다. 단연 창조경제를 뒷받침할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오전에는 성남시 다산네트웍스에 출근했다, 오후에는 광화문 청년위원회로 출근한다는 그는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다” 면서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넘치는 여유와 건강한 에너지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궁금증은 오래가지 않았다.

-청년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되셨는데 적임자라는 생각이 드나요.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정치적으로 무색무취한데, 왜 나 같은 사람을 선정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청년위원회 자리가 정치색을 띠어서는 안되고, 청년 일자리 창출이 제일 첫 번째 임무 아니겠냐며 제가 청년 일자리 창출 전문가처럼 보인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그럼 내가 해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청년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다소 (나이가) 들어 보이시는데.

질문을 던지고도 멋적어 웃어보이는 기자에게 “하하, 마음은 누구나 다 청년 아닌가요” 라고 응수한다. “특히 저는 정부가 공인해 준 청년입니다. 누가 나이로 뭐라고 하면 ‘정부공인 청년’이라고 하려고요.”

-정부공인 청년, 자랑할 만 한데요, 여세를 몰아 맨 먼저 하실 일은 뭔가요

“청년일자리 창출이예요. 그럴려면 청년 창업활성화가 중요한데, 11월까지는 청년 창업가들이 모여 창업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창조경제 청년마당을 구성하려고 해요. 이스라엘, 미국 실리콘밸리, 핀란드 등 창업 강국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이 바로 네트워킹의 힘 아닌가요. 청년 창업가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선보이고, 선배 기업가의 멘토링도 받을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우리나라 청년들은 공무원이나 공기업 선호 경향이 뚜렷한데, 청년 창업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젊은이들이)창업을 한다고 하면 부모님부터 뜯어말리죠. (웃음) 현재의 창업, 벤처 생태계가 실패하면 재기하기 힘든 환경이라 그래요. 실패가 용인되고 얼마든지 재도전할 수 있는 창업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해요.”

-방법이 있나요

“투자 중심의 창업 환경을 만들어주고, 이후에도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이들이 성공해서 다시 젊은 사람들에게 창업 투자와 멘토링해주는 선순환이 일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바람직한 창업국가 생태계가 조성되겠죠. 후배들에게 멘토링을 해주고, 선순환 생태계를 한번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요즘 청년들을 볼 때 어떠세요? 과거 회장님 세대와 비교하면 많이 다르죠

“제가 80학번이예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휴교령이 떨어지고. (잠시 80년대로 돌아간 듯 순간 그의 얼굴에는 수많은 표정이 교차했다. 우여곡절과 사연이 그의 얼굴에 묻어났다) 저희 시대 청년들은 우울했죠. 시대가 뒤죽박죽에다가 4년 내내 학교 축제도 못하고. 그런데 우리 세대는 수업료도 쌌고, 취업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었어요. 지금 세대의 고민은 학비도 비싸지, 취업도 안되지…. 고민의 종류와 아픔의 이유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대학 나오셨는데, 벤처에는 어떻게 뛰어드셨나요

“제 동기들은 졸업 후 대부분 석사를 마치고 외국에 유학을 가서 다시 국내 대기업 임원으로 들어오는 게 코스였죠. 형편이 안되는 10% 정도는 졸업 후 바로 회사에 취직을 했어요. 제가 바로 그 10%에 들었고요. 포부는 컸어요. 근데 계산을 해보니 평사원이 임원이 되려면 20년은 걸리겠더라구요. ‘대기업에서는 내가 주인이 될 수 없겠구나’ 싶어 그만두고 중소기업에서 2년 일한 후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창업을 했어요. 그게 91년이에요. 이게 성공해서 지금까지 온거죠..”

-체제에 반기를 드신거군요

“그렇다고 볼 수도 있죠. 이런 평가 시스템이 잘못됐다고 예민하게 받아들였으니까요. 중소기업에서 일하다 기회가 찾아와 코리아 레디시스템이라는 회사를 열었는데, 말이 벤처기업이지. 직원 4명과 사실상 장사부터 시작했어요. 실리콘밸리 첨단 소프트웨어를 들여와서 삼성이나 엘지 장비개발 연구소에 기술개발, 장비 납품, 연구지원하면서 먹고 살았어요.”

-장사에서 시작해 국내 굴지의 벤처기업이 되기까지… 파란만장 했겠네요

“네 번은 죽다가 살아 났어요. 첫 번째 고비가 IMF였는데, 아이러니컬하게 ‘IMF’가 또 성장동력이 됐어요. 30명의 직원을 어떻게 먹여 살려야 하나 막막했는데, 거래하던 실리콘밸리의 업체에 1년간 눌러앉아서 직원 몇 명과 직접 일했어요. 한국에 돌아가면 인터넷 장비를 만들어 돈을 벌자고 생각했죠. 미국의 시스코를 벤치마킹해서 라우터(router)를 개발하고 이후 2000년에 코스닥까지 상장하면서 인터넷 붐 바람을 탄 게 현재까지 이어온 겁니다.”

-최근들어 벤처의 중요성이 다시 커지고 있는데요

“90년대 말처럼 벤처붐이 다시 일어나야 해요. 거품 논란이 있긴 했지만, 그때 당시 벤처 씨앗이 뿌려져서 현재의 인프라가 구축된 겁니다. 현재 2만8천개의 벤처기업이 있는데 이들의 매출이 180조 정도예요. 지난해 어려운 시기에도 1천억 이상의 매출을 올린 벤처기업이 54곳이나 됐어요. 벤처 천억기업들의 총 매출액을 재계 순위로 따져보면 삼성, SK, 현대자동차, LG에 이어 5위에 이르러요. 끊임없이 벤처의 씨를 뿌려야 제2의 현대, 삼성이 탄생할 수 있죠. 다소 거품이 있고 부작용이 있더라도 벤처는 계속 부활시켜야 합니다.”

-회장님의 도전도 계속되는 건가요

“물론 이죠. 전 항상 말해요. 젊을 때 미련없이 도전하라고요. 창업, 물론 실패할 확률이 높죠. 그런데 창업은 성공하면 대박이고 실패해도 경쟁력이라는 자양분이 남아요.”

남 회장은 기자에게도 “도전이 많을 때, 한 번 해보라” 며 권했다. 그리고는 “우리나라에 창조경제가 꽃 피울 5년 뒤, 다산네트웍스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하는게 개인적인 도전이자 목표” 라고 했다. 좀더 강해진 어조로 “언젠가 2선으로 물러나면 젊은 친구들을 부추겨서 벤처 멘토링을 해주고 지원해주는 영원한 벤처인으로 살겠다”고도 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사진=전형민기자 hmjeon@kyeonggi.com


청년위원회는?

‘청년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대통령령’에 근거한 대통령 소속 자문위원회. 인재양성과 청년과 소통 및 청년정책 기획·조정·평가 등에 관해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해 설치했다. 지난 6월 민간위원 19명을 발표했고, 7월 16일 첫 회의가 열렸다. 회의에는 민간위원 19명과 정부위원으로 미래·고용·교육·여성부 장관과 국정기획수석이 참여한다. 위원회 핵심인 민간위원에는 일자리와 교육 등 청년관련 정책을 논의하고, 청년과 소통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청년 취업과 창업, 국제무대에서의 활동, 청년 멘토링 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한 각계각층의 젊은 인재로 구성됐다. 평균 연령은 34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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